공포영화 베놈 (Venom, 2005)
(2018년 영화인 베놈과는 다른 영화)
80년대 비디오 시절부터 계속되어 오던 비급영화의 뼈대를 그대로 갖추었는데 결정적인 요소 하나가 미흡했다. 야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비급 공포영화의 패턴은 이렇다.
놀러가는 청춘남녀들, 장소는 가면 안되는 곳인데 어쨌든 가게 되고, 도착해보니 뭔가 이상한 곳이다.
밤이 되자 바깥은 공포 분위기인데 안은 야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여기서 공포영화 다운 잔인한 장면이 등장!
쫓고 쫓기다 비급다운 다음편을 야기하는 엔딩으로 마무리.
…
소재가 바뀌고 뭐가 바뀌어도 기본 패턴은 똑같고 야한 장면은 어김없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비급 공포영화에는 항상 여배우가 이쁜지 아닌지도 관심이었고 구글로 해외 검색을 해 보면 공포영화의 공포성보다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영화 베놈도 마찬가지였다. 소재와 시작은 조금 달랐지만 또 다른 비급 공포영화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갔다. 달라진 게 있다면 특수분장이 더 나아졌다는 것, 아쉬운 게 있다면 야한 장면은 빠졌다는 것,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결말 역시 같았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영화 제목인 ‘베놈’ 은 ‘독(venom)’을 말한다. 독사의 독이 연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독사가 사건의 매개가 된다. 부두교와 같은 주술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나름 배경에는 신경썼는지 마을도 폐타이어가 가득 쌓인 집도, 사건이 시작되는 다리 위의 사건도, 숲속 집도, 화면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표현은 잘 되어 있었다. 나름 공들인 영화같았다.
그러나 딱히 추천하기는 힘들다. 너무 흔한 비급공포영화,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틀어놓고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실망할 것 까지는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