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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 사춘기 감성으로 보면 딱 좋은 영화

영화 레옹 (Leon, 1994)

뤽 베송 감독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던 영화 ‘레옹’. 개봉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① 실제로는 사춘기 감성으로 봐야 딱 좋은 영화라는 것, 그리고 ② 뤽 베송을 뤽베송으로 남게 한 것은 ‘그랑블루’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랑블루는 흑백화면으로 시작하고 처음에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초반에 버티기가 어렵다. 그러나 어느 선을 지나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야 비로소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결말까지도 여운이 남게 잘 만들었다.

레옹은 감정이나 장면변화도 심하고, 너무 들쑥날쑥한 변화가 드라마를 영화로 편집하느라 중간중간의 자연스러운 연결부분들을 강제로 빼낸 기분도 들고, 뭔가 어색하고 유치한 면이 없지 않다. 한때 오디오만 따로 녹음해서 듣고 또 들었을 정도로 어렸을 때는 이 영화가 참 좋았는데 지금 보니까 확실히 한 시절이 지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엊그제 다시 봤는데 지금 봐도 프랑스식 과장 표현이 너무 심하고 내용도 많이 유치했다. 뤽베송의 ‘제5원소’라는 영화를 보면 뭔가 어색하고 이게 아이들 영화가 아니고 어른들 영화가 맞는가 싶은 애매한 것들이 많아 어리둥절한데 레옹도 마찬가지였다. 경찰특공대가 겁을 먹은 모습도, 보지도 않고 쏘는 모습도, 진입하는데 총을 위로 안다시피 하고 들어가는 모습도… 모든게 어색했다. 내용은 어른영화인데 촬영은 아이들 영화 같기도…

그럼에도 이 단순한 내용을 전체적으로는 잘 표현해 낸 것 같고 그래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게 아닌가 싶다. 뭔가 프랑스 영화라는 점에서 약간의 보너스가 있던 당시의 분위기도 한 몫 한 것 같기는 하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레옹이라는 살인청부업자. 사회와는 단절된 삶을 살아온다. 자신의 일과 관계없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감정을 차단하고 산다. 그러다 마틸다라는 여자아이를 구해주게 되면서 삶에 변화가 온다.

그 외…

살인청부업자 레옹이 ‘토니’라는 살인청부중개업자와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레옹이 뭔가 어리숙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정신연령이 낮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화가 덜 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레옹이 마틸다에게 스나이퍼 총기 훈련을 시키는 모습을 보면 뜬금없기도 하지만 레옹의 그런 정신능력, 혹은 부족한 사회화를 보면 어느정도 이해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다소 포함…

레옹은 토니를 통해 살인청부업을 맡고 임무를 완료한다. 그 돈은 토니가 보관하고 있고, 토니와 레옹과의 대화를 보면 토니가 나중에 레옹에게 다 줄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토니라는 놈이 사기꾼임이 분명하다.

어리숙한 레옹을 계속해서 자신의 통제하에 놓고 관리하기에는 그만한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레옹을 살살 길들이면서 자신의 통제하에 놓고 등쳐먹고 있던 것.

처음부터 은행과 비교하며 말도 안되는 내용을 말한 것도 그렇고,

레옹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해 배신한 것에서도 토니는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다가,

레옹은 분명히 자신이 번 돈을 모두 마틸다에게 주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나중에 마틸다가 찾아왔을 때 화내는 척하며 백달러만 던져주고는 앞으로 매 달 돈을 줄테니 찾아오라고 말한다. 여기서 레옹의 과거와 연관시켜보면 토니가 정말 나쁜 놈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사고를 치고 이곳에 온 레옹은 자신의 아버지(아버지도 살인청부업자였던 듯, 내가 영화를 제대로 본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를 찾아왔는데 아버지는 이미 토니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자신은 계속해서 토니가 받아오는 살인청부업을 통해 먹고 살아왔고 토니는 그것을 이용해 레옹을 등쳐먹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마틸다가 자신도 레옹이 하던 일을 할 수 있다며 일을 달라고 하자 너같은 어린아이에게 줄 일은 없다며 백달러를 주며 꺼지라고 했는데, 겉으로 보면 마틸다를 챙겨주는 듯한 모습이지만 레옹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마틸다도 ‘길들이는’ 작업에 들어간게 아닌가 싶다. 일단은 마틸다가 거처할 곳과 충분한 돈을 주고 나중에 남은 돈을 순차적으로 주어야 함이 옳음에도 백달러만 주고 쫓아내다시피했다. 따라서 마틸다는 앞으로 계속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토니의 의도대로 ‘매 달’ 토니를 찾아와야 한다. 그렇게 토니가 마틸다를 길들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레옹처럼 다른 일로 써먹을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그동안의 토니 행동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레옹을 다시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옛날 우리나라에 풀렸던 레옹은 많은 부분이 삭제된 영화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레옹과 마틸다가 자는 장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종래의 레옹보다 상영시간이 부쩍 늘어난 일종의 무편집본이 나오고 있고, 그래서 다들 이것을 보게 될 텐데 이 영화 어디를 봐도 마틸다와 레옹이 자는 장면은 없었다.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 다음 장면이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내용만 나올 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구글 검색을 해 봤다. 대체 왜 그런 소문이 떠돌던 것이었을까?

레옹이라는 원작이 있던 것인지, 원래의 스크립트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원래(?)는 둘 사이에 자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찍을 때 마틸다의 엄마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허락을 안 한 것인지, 그런 내용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영화상에서는 그런 내용이 ‘다행히도’ 없게 되었다. 그것이 이유이고, 실제 extended 버전을 봐도 그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무편집본에서는 둘이 자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 말은 헛소문이라고 생각한다.

레옹은 내용이 딱 십대의 사춘기 시절에 보면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이다. 이십대 초반까지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삼십대로 접어든 사람이라면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겠지만 그 이상의 마음끌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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