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에서 경리단길로 가기 전에 있는 영어 헌책방
녹사평에서 경리단길로 가는 길에 영어서적 헌책방이 몇 개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착각이었나? 다른 곳은 폐업한건가? 최근에 가 봤을 때는 한 곳 뿐이었다.
밖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그다지 볼 게 없었고 그래서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이 안에 들어가도 이런 책들이 있겠구나, 라고 내심 짐작했기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있는 것만 알고 있다가 최근에 경리단길 방향으로 지나가던 중 그 영어서적 헌책방을 지나가게 되었고 왠지 들어가보고 싶었다.
안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내 취향이 30~40% 묻어나 있었고 10분도 안 되어 구입하고 싶은 책들을 서너권 발견할 수 있었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책 상태가 좋은 것들이 꽤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 살 수 있을 만큼 사서 집으로 돌아왔겠지만 많이 궁해졌다. 앞으로 오랫동안, 어쩌면 내가 지쳐 먼저 쓰러질지도 모를 만큼 오랫동안 꾸준히 지출해야 할 병원비와 간병으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게 된 탓이다.
책은 보통 잉여 돈으로 구입하는데 경제적으로 팍팍해지다보니 그만큼 여유자금이 줄어들고 따라서 책 살 돈도 줄어들게 되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간간이 구입하던 책도 그만둔 상태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헌책값도 올랐다.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딱 한 권만 구입했다.
혹시 이 길을 걸어가다가 여전히 이 헌책방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안에도 한 번 들어가서 둘러봤으면 싶다. 겉과는 조금 다르다.
경리단길은 이유없이 올랐으니 금방 꺼질테고 그래도 이쪽 역시 월세는 많이 올랐을텐데… 이 서점만큼은 계속해서 유지되면 좋겠다. 가업으로 이어가는 서점… 이런것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듣기로는 도서정가제가 대형서점만 살리고 중소서점은 망하게 하는 것 같다던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의도가 어찌되었든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안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