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독서 / 가시라기 히로키
‘절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입니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이란, 쓰러진 상태에서 어떻게 일어나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가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일단 쓰러져버리면 빨리 일어서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은 절망에 빠졌을 때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 그 답을 독서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지는 그 처음부터는 이 방법이 통할수가 없다고 한다.
절망이라는 것은 일단 아주 깊이, 말 그대로 절망에 빠지게 되는 그 깊은 순간, 그때는 독서 뿐만 아니라 타인의 격려도 그 어떤 방법도 도움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지 않은 순간의 절망에서 보통(?)의 절망 상태로 올라서는 순간, 그때부터는 독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절망독서가.
오랜기간 난치병을 앓던 저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말이며 읽어보면 우리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절망에 빠지면 희망을 바라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가지고, 좋은 것을 생각하고 사람들의 격려가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그런 것들은 오히려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절망에서 벗어나는 진짜 방법은 절망에 빠졌을 때에는 절망에 더 몰두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희망과 주변의 격려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절망에 빠졌을 때에는 가령,
1. 처음에는 슬픈 음악에 빠져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질효과)
2. 그런 다음 즐거운 음악을 듣는다. (피타고라스의 이질효과)
와 같은 순서를 밟아가는 것이 절망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절망독서는 그 중에서 특히 1번 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저자가 왜 그 방법으로 ‘독서’를 택한 것일까?
인생은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따라서 어긋난 각본은 바로잡아야 하는게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독서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 특히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 안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절망독서 목록들과 작가들이 여럿 소개된다. 부정적인 것을 다룬 드라마도 소개한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해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와 그 예가 다루어지기도 한다. 또 라쿠고와 같이 변변찮음이라는 인간의 본질을 다룬, 장수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보통의 긍정적인 밝음에는
‘훌륭한 사람이 되자. 훌륭한 생각을 해서 훌륭한 일을 하자’
와 같은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라쿠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라코고의 밝음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을, 훌륭한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을,
훌륭한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을,
그리고 정말로 변변찮지만 그런 점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점을 사랑스럽게 여기며 넉넉하게 감싸 안는 밝음입니다.
해처럼 어둠을 내쫓는 밝음이 아니라,
달처럼 밤의 어둠과 공존하는 밝음입니다.’
라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