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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헨리 – 서부영화가 말이 많은 이유는?

서부영화 : 올드 헨리 (Old Henry, 2021)

시작은 여느 서부 영화와 다를 바 없이 조용한 가운데 총 소리가 거의 전부인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말이 많아지기 시작하는데…

세 명의 보안관이 말을 타고 누군가를 추격한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보안관들은 말을 타고 있기 때문에 달려서 도망치는 남자를 쉽게 잡을 수도 있었는데, 굳이 말에서 내려 도망치는 남자를 사냥하듯 총으로 쏘아 맞힌다.

게다가 그렇게 잡은 남자에게 몇 가지를 묻고는 갑자기 뒤에서 목을 졸라 죽인다. 보안관이라면 그래서는 안될 것이고, 그럼에도 그런 악당같은 행동을 했다면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 영화에서는 말도 안되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무법자의 선이 모호한 서부시대의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곧이어 이런 악당같은 짓을 설명해 주려는 듯한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뭔가 그럴듯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화면은 바뀌고,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전 뉴욕에서 오클라호마의 황무지로 이사를 와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의 이야기이다. 배경은 1906년, 삼촌과 아버지, 그리고 아들, 이렇게 셋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삼촌은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고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 뿐이다.

평화로와 보이는 배경,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아들은 그게 싫다. 1906년이면 서부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인데 아들은 뭔가 그 경계 안의 어딘가에 걸쳐져 있는 듯 싶다. 그러나 아들이 살고 있는 곳은 아버지와 삼촌이 속한 농사짓는 집이고 근처에는 아무도 없으니 뭔가 요즘 젊은이들이 할 만한 것을 찾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와 삼촌이 속한 시대의 와일드한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시대에 속한 그 어떤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로지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일 뿐이다.

그때 나타난 어떤 말. 안장에 묻은 피를 보고 아버지가 주인을 찾아나섰다가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남자와, 한쪽에는 엄청난 돈이 든 가방을 같이 발견한다.

남자가 깨어나고 난 후부터 슬슬 말이 많은 서부영화가 되기 시작한다.

자칭 법관이라는 남자, 자신을 추격하는 세 명의 보안관은 사실 은행강도들이라고 한다. 자신과 동료가 추격해서 돈을 회수하기는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그들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이어 도착한 세 명의 보안관은 자신들이 보안관이며 은행강도와 돈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태도는 말과 다르다. 법관이라는 남자는 악당처럼 행동하고, 보안관이라는 사람들도 악당처럼 행동한다. 헨리는 양쪽의 말을 다 듣고 행동도 유심히 살펴보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도대체 누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이런 배경 속에 이야기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 서부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총격씬 같은 장면들을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추리영화와 스릴러물까지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추리영화가 본질이고, 여기에 서부영화를 입힌 것도 같다. 내용상으로는 그게 맞지만 서부영화의 액션을 통해 추리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서부영화는 다 똑같은 스토리임에도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선까지는 무조건 재미가 있는데,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 한 개가 들어가면서 전체 이야기를 뒤틀고 또 뒤튼다. 그 덕에 영화의 재미가 한층 높아졌다.

… 영화의 마지막에서 아들이 배우게 되는 것은 이것이다.
‘다음 시대로 나아갈 것’, ‘신뢰는 신중할 것’.

간만에 색다른 서부영화를 봤다. 킬링타임용으로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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