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게 시작해서 어둡게 끝나는… 예상했던 그대로였기에 다 보고 난 후 기분이 그렇게 좋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괜찮았다.
일단 영화 더 시즈닝하우스의 평점은 8점.
영화는 유고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90년의 발칸반도 지역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루고 있다. 세르비아계와 보스니아계였었던가? 인종간의 살육이 일어나던 때다. 민간인들도 총과 무기를 들고 민병대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이웃마을에 쳐들어갔다. 학살과 약탈을 일삼았다.
그 때 읽었던 기사 중에 하나 기억나는게 있다. 마을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가격해 죽였다는 내용이었다. 곳곳에 광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살인, 납치, 강간 등 원하는대로 다루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들이 곳곳에 있었던 것 같다. 민병대가 아니라 정규군 조차 그러한 일종의 휴먼 트래피킹(human trafficking)을 당연하게 행하고 있었나 보다. 그 중 하나의 실화를 배경으로 더 시즈닝하우스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성 내용 포함)
… 눈앞에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살해당한 것을 목격한 소녀들이 팔려온 곳은 시즈닝하우스. 가학적 성행위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주는 곳이다. 돈만 충분히 지불한다면 행위 중에 죽여도 된다. 잡혀온 소녀들 중에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 영화의 시작부터 카메라의 앵글과 전체적인 색감이 분위기를 상당히 잘 살려냈다. 처음에는 공포에만 질려있던 소녀 뿐이었고, 그 분위기가 거의 그대로 영화의 1/3에서 1/2까지 계속되는게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 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 뻔했다. 결말도 당시 발칸반도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럼에도 평점을 8점이나 줄 수 있었던 건… 그렇게 뻔한 내용임에도 카메라 앵글과 색감, 그리고 그 질감… 여기에 배경과 소리가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보면 안다. 비록 찜찜한 뒷맛만이 남는 영화였지만 분위기와 과정에 몰입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