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경영의 모험 / 존 브룩스
‘크게 망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이야기되는 애드셀이라는 자동차가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로 다루어진 이 주제 때문에 그렇게 크게 실패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했으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분석적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저자인 존 브룩스는 그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첫번째 에피소드를 다 읽고 난 후 나도 모르게 ‘실패한’ 애드셀 관련자들에게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실패라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산업계에서는 가끔 장애물을 만나 넘어지는 일이 생기지만, 내면까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나는 가끔 누군가를 만나 재미있었던 사고나 불행했던 사고를 되새기길 좋아합니다.’
경영도 역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이 중심에 있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열두개 에피소드들을 읽어나가다보면 60년대 후반의 모습이 맞는지 몇 번이고 확인해 보게 되고, 오늘날 경영의 모습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도 자꾸 비교해 보게 되는데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듯 싶다.
존 브룩스가 수집하고 정리한 에피소드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역사를 통해 배우는 교훈과도 같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 기업가 정신이나 자본을 둘러싼 인간, 그들이 만든 조직과 관련된 통찰력 등이 그것이다.
중요한 경영서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백과사전과도 같은 이 책에는 인문학적인 통찰력이 돋보이는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와 함께 수많은 인터뷰 조각들이 담겨 있다. 제목 그대로 ‘모험’과도 같은 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한 편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애드셀의 이야기에서는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확인할 수 있던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제록스에서는 기업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실패하면 모든게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선택 앞에서도 과감히 인생을 걸고 시도하는 정신을 재확인할 수 있던 것은 물론이다. 특히 처음에는 수단으로써 고용되었던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역으로 제록스라는 회사를 만들어가는 피드백이 형성되는 순간은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주주총회현장에서 볼 수 있던, 기업가가 아닌 인간으로써의 경영자들의 모습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반드시 경영 자체와 직결되는 것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던 부분이며, 내부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주식거래와 주가조작, 기업 인사관리와 비밀보호 등 돈과 탐욕, 그것과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참고할게 많은 부분들이었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책을 보면 맞는 말이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너무나 비슷한 패턴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비록 어두운 면들도 다루고는 있지만 아름답게 느껴지는 글솜씨 탓인가, 전체적으로 경영에 대한 아름다 운 느낌이 가시지를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더 냉정하고 차갑고 비인간적이라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은 영원히 계속되는 싸움이고, 그 싸움에서 우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요.’ 라는 모험가 정신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