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디 영화 / 드림 걸(Dream Girl, 2019, Hindi)
어렸을 때부터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카람’이라는 꼬마. 남자 아이다. 하루는 ‘스마일리’라는 친구를 위해 그 친구의 엄마 목소리를 흉내내어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는 친구가 혼나지 않도록 해 준다.
영화상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단순히 흉내만 내는데 그치지 않고 어딘가 ‘매력있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온다. 그가 흉내내는 여성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신과 관련된 연극에서 ‘시타’라고 하는 여신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카람이 없으면 시타 역을 맡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성인이 된 카람은 아무 직업이 없는 백수다. 아버지는 아들이 빨리 직업을 얻고 결혼하기를 원한다. 다양한 압박 속에 살고 있던 카람은, 어느날 버스에서 엄청난 구직 전단지를 보게 된다. 7만 루피(한화 약 110만원)라는 엄청난 월급을 준다는 광고였다. 관련 전자제품 가게로 가서 전단지를 보고 왔다고 말하지만 전단지는 가짜였다.
그때…
전자제품 가게 안의 숨겨진 문 안에 또 다른 일자리(불법 영업인듯)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안에는 전화로 남성들의 애인 역할을 해 주는 여성들이 일하고 있었다. 여성의 목소리 흉내에는 일가견이 있던 카람은 그 자리에서 어떤 전화를 재치있게 받아버리며, 때마침 그만둔 ‘푸자’라는 여성의 이름으로 멋진 결과를 이끌어내자 사장의 그 자리에서 그를 채용한다.
아버지에게 돌아와 직업을 얻었다고 자랑하는 카람. 인도영화에서는 대놓고 월급이 얼마인지 따지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월급이 얼마인지를 듣고, 또 선금으로 받아온 월급을 직접 받기까지 한 아버지는 행복해한다. 그렇게 ‘드림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를 쓰고 읊는 것을 낙으로 삼아 살아가는 나이든 경찰, ‘라즈팔’. 그러나 그의 시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시를 들어줄 사람이다. 또 남자에게 상처를 받아 남자는 무조건 적으로 생각하는 ‘로마’라는 CEO도 있다. 그녀는 자신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한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 같이 있는 직원들을 보면 그 자리에서 남자의 나쁜 모습을 파헤쳐 이별하게 만든다. 그녀의 상처를 보다듬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외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곁에는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겉으로는 전자제품 상점에서 일하는 카람이지만, 그가 돈을 버는 곳은 ‘푸자’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전화 애인 업체다. 푸자는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자 푸자만 찾는 충성고객이 점점 늘어간다. 돈에 밝은 사장은 갑자기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시작한 푸자에게 자동차를 선물로 준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전화만 잘 받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없애 사실상 하루종일 일해서 자신에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게 하려는 꼼수였다.
그것 때문에 일상과 직장이 구분되지 않는 삶은 ‘카람’의 일상에 제약을 가해오고 연애와 결혼이라는 다음 무대로 나아가야 할 그에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남성고객들의 마음까지 훔치기 시작한 카람은 그 때문에 또 다른 문제들에 마추지게 된다.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그만큼의 에피소드들, 근본적인 원인은 외로움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 사람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 카람의 혼자 된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도 영화는 잊지 않았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카람을 매개로 하나가 된다. 모든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로 향한다. 킬링타임용으로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