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콜린 매컬로의 7부작 ‘마스터 오브 로마’는 로마의 공화정 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통치체제가 모색되던 기원전 110년에서 기원전 27년의 기간이 배경으로, ‘지배자들(Masters)’ 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역사소설’ 이다.
1권인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로마 지배층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아르피눔 출신의 이탈리아 촌놈일 수도 있는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공화정 체제의 최고 권력자인 두 명의 집정관 중 한 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술라와 같은 주요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려진다.
당시 로마의 지배구조는 주로 가문과 재력, 군경력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자들이 원로원과 이들의 지원으로 집정관에 오른 두 명에 의해 통치되는 공화정 체제였다.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탁월한 능력과 함께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단 하나,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비 로마 가문이라는 출생이 발목을 잡은 데다가 당시 로마의 최고 파벌인 카이킬리우스 메틸루스 가문에 밀려 집정관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설령 출생가문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해도 집정관이 될 수 있는 적정 나이라는게 있었다. 관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게 되면 집정관의 꿈은 잊는게 상책이었다. 따라서 처음에는 집정관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던 가이우스 마리우스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집정관이라는 것은 꿈으로만 남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으니…
누미디아에서 만난 자의 예언대로 그는 그 해에 집정관이 되었고, 그 예언이 맞다면 앞으로 여섯번을 더 집정관이 될 것이며 사람들은 그를 로마 제3의 건국자라고 칭송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언대로라면 그의 아내 율리아의 조카야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로마인이 될 것이다. 2권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 될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집정관 이후의 삶과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조카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것들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따랐다. 작가는 여기에 약간의 이야기를 집어넣고 인물상을 자신의 의도에 맞추어 변형시켰다.
혹시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라고 하는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같은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는데 둘 다 똑같이 로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임에도 글쓰기 스타일과 묘사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로마 서브 로사는 읽는 내내 로마의 골목골목이 그려지고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을 보는 것처럼 그대로 그려지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여기에 추리라는 요소와 소설적 재미가 강조되어 한 권 한 권(비록 4권까지만 번역되고 말았지만) 읽을 때마다 하나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 든다.
하지만 ‘로마의 일인자’는 똑같이 길과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는 곳에서도 풍경이 그려지기보다는 그 풍경 안에 있는 사람과 그 사람들의 성격이 그려진다. 재미있는 차이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로마시내의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 묘사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로마 서브 로사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 길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어떤 복장을 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그런데 로마의 일인자는 그러한 그림이 그려진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혹은 어떤 분위기에서 길을 걷고 있구나, 라는 식으로 그려진다.
그런 차이 때문인지 로마의 일인자를 다 읽고 난 후에는 로마의 풍경이나 언덕, 골목골목의 모습은 거의 기억나지 않고 등장한 인물들과 성격, 그들을 둘러싼 사건들이 기억날 뿐이었다. 인물이 중심이 된 역사소설이라 그런 것일까?
아쉬운 점은 ‘재미’라는게 꼭 중요한 책은 아니다보니(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갑자기 그 다음이 궁금해지고 페이지를 마구 넘겨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부분들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건들과 술라가 자신을 사랑했던 두 여자에게 했던 일 등 그 자체만 보면 흥미로운 사건들이고 그 부분부분에서는 분명히 흥미로운 사건들이었지만 전체로 보았을 때에는 특별한 재미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이 책은 공화정 체제 말기에서 황제체제로 넘어가는 시기의 로마역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시기에 등장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와 로마사회의 모습 등 다양한 것 들을 적당히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도 된다. 물론 저자의 의도대로 편집되었기에 실제 역사의 분위기와 다른 곳이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