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Close

조너선 아이브

조너선 아이브 Jony Ive / 리앤더 카니

책의 전반부에서는 조너선 아이브의 어린시절과 그의 재능, 성격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개의 일화들과 성장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디자인과 관련된 그의 이력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통해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듯 싶은데, 이 부분과 그를 성장시킬 수 있던 영국의 교육 시스템 환경(?)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적어보기로 하겠다.

중반부터는 슬슬 애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며 중후반부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티브잡스, 애플(제품) 등의 이야기가 조너선 아이브를 매개로 전개된다. 그리고 잡스 이후의 애플에서 조니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깔끔한 정리로 끝을 맺는다.

조니를 만든 것도, 애플의 탁월한 제품들이 탄생한 것도, 어느것 하나 복권처럼 튀어나온건 없었다. 조니 그 자체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꾸준함과 성실함, 끊임없는 시행착오들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애플 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세계의 뛰어난 디자인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영국인들도 많은 것 같다. 조니 또한 그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개인의 재능 뿐만 아니라 영국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한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는 영국의 교육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책의 전반부에서 조니의 디자인 이력을 따라가게 되면 느끼게 되는 부분).

조니의 아버지는 대학에서 은세공을 가르치는 은세공 전문가였다. 조니는 초등학생 시절 학습 장애 난독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물의 작동 원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조심스럽게 라디오나 카세트 등을 분해하고 조립해 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특별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니의 아버지인 마이크 아이브는 틈만 나면 아들을 디자인에 관한 대화에 끌어들이고 관심을 북돋았고 그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조성해 주었다(p16 내용 중). 또 당시 영국 교육은 직업 교육을 개선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는데 조니의 아버지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통합 교과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하였다. 아버지 덕분에 영국에서는 별볼일 없던 디자인 테크놀로지가 초중고생의 학과 시간 중 7~10%를 점유하는 과목으로 변모했다고 하니 말이다(p17 중).

조니는 이런 환경에서 성장했다.

고등학생 때에는 그의 재능이 수업 중에도 두드러지기 시작하여 똑똑한 시계(시간을 나타내는 표시도 없어 어느 방향으로 놓아도 무방한 디자인)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었고 그 중에는 수준높은 작품들도 꽤 있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대학 작업실에 그를 데려와 주변의 아무런 방해 없이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는 등 계속 도왔다. 여기에는 단 하나의 조건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만들고 싶은 것을 직접 손으로 그려야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아버지는 다양한 도움을 주었다.

조니는 열여섯살부터 디자인 세계에서 관심을 받았다. 런던 최고의 디자인 회사였던 로버츠 위버 그룹 (RWG)의 눈에도 띄어 필립 그레이의 관심 속에 후원을 받기도 한다. 당시 영국에서 최고의 디자인 대학은 뉴캐슬 과학 기술 대학이었다고 하는데 졸업 후 RWG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4년간 매년 1500파운드에 해당하는 장학금도 지원받았다.

뉴캐슬 과학기술 대학의 뛰어난 교육 방식은 영국의 T형 디자이너(특정 분야에서 원숙한 기량을 연마한 동시에 여타디자인 분야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어 T자형의 능력분포도를 보이는 것을 말함)의 개념, 즉 당시 영국의 디자인 교육방식을 그대로 조너선 아이브에게 전달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조니는 형태로써의 디자인 뿐 아니라 재질에서 오는 디자인의 감각 또한 크게 향상시켰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어떻게 디자인에 대한 재능을 키워나갔고 추구하는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소위 말하는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는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과 함께 런던에서 어떤 생활을 하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애플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등의 과정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조너선 아이브에 대해 내가 궁금해하던 많은 부분이 여기서 해결되었다.

나는 어떤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그의 재능이나 다양한 시도 등이 아니라 그가 어떤 이력(여기서는 성장과정, 환경 등)을 거쳐 그러한 기회들과 만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데 다행히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결해 주었다.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 그리고 다양한 글과 기사들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중반부터는 특별히 조니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저자는 조니의 내면에 들어가, 그러니까 마치 조니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서술해 나가지는 못하고 그가 알아낸 조니에 관한 정보와 그와의 인터뷰 내용들을 토대로 관찰자로써, 애플과 스티브 잡스, 애플의 다양한 제품들, 그 외 조니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애플 내의 변화 등을 조니를 매개로 서술해 나가는 정도인데 내용이 그동안의 기사들에 비해 뭔가 더해진 것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반부부터는 깊이있는 조니와의 만남보다는 조니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따라서 같은 내용들이지만 다른 관점에서의 이야기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애플의 디자인에 대해 말해보자면…

애플의 제품들이 갖는 디자인들은 사물이라기 보다는 만져보고 싶다거나 어떤 감정이 이입되어 애착을 느끼게 만든다거나 하는 등의 무언가가 있다. 또 애플하면 직관적이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 이 역시 스티브 잡스의 관점에서만 많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조니의 디자인철학과 연관되어 조니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조니의 관점이 아닌 부분에서 바라본 애플의 중요한 또 다른 플랫폼 등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없거나 요약식으로 간략하게 나오는게 전부이다.

예를 들어 아이팟이 최고의 음악기기로 성장했고 유지되고 있는 배경에는 아이튠즈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기에 생략했다.

이 책의 제목은 조너선 아이브! 조너선 아이브란 어떤 사람인가,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애플에 어떻게 접목되어 왔고 애플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애플의 무게중심이 엔지니어에서 디자인 쪽으로 넘어온 것은 다른 책에서도 익히 봤던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조니가 마치 구심점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뭔가 좀 띄워주기 식 같은 생각이 들지만 내용은 읽을만해서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읽어나가면 될 듯 싶다. 뭔가 비판적으로 된 부분은 거의 없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