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문명 한국에 오다 / 박찬운
부분적으로는 문화사의 느낌도 없지않은데 로마법, 로마건축, 로마가도, 개선문, 콜로세움, 카이사르, 키케로, 옥타비아누스를 각 챕터의 소주제로 삼았고 로마역사뿐 아니라 세계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무엇과 비교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른 로마사와 달리 ‘사람을 통해 바라본 로마사’라는 느낌이 있다.
역사의 주체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대와 공간을 아우르는 인간의 공통점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책을 출판하기로 이야기되었던 모 출판사에서 출판이 거절되고 나중에 나남에서 출판될 수 있었나보다.
로마사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시발점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저자의 역사관은 어떤지 제대로 의식하고 있다면 읽을 맛이 하나도 안 날 것이다.
그 책은 순수하게 진실만을 추구하는 학문적 가치로서의 로마사가 아니라 역사 ‘문학’이라고 보는게 차라리 낫다. 그런데 로마역사서라고 생각하고 비판없이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이 책의 ‘로마가도’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점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지적했다.
중국은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로마는 길을 만들었다… 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의 해석은 로마와 중국의 특징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그 단편적인 모습 하나만을 보고 만들어낸 엉뚱한 해석이다.
도시국가로 시작해 광대한 제국을 만들어낸 제국의 경우에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길이나 운하 등의 운송수단과 통신수단이 필요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로마이며 지리적 여건상 로마가도가 발달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이나 칭기즈칸의 경우가 이와 유사하다. 여러 군웅으로 나누어 다르려지던 국가들이 통합되어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가 완성된 중국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 지고 있다.
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떤 때는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를 찬양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에 대한 숭상이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그녀의 카이사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로마인 이야기에서도 그대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책을 읽을 때 사실과 그녀의 해석을 구분해 받아들이기보다는 아무 비판의식없이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이 책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가 마음에 드는 점 하나는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생각이 분명히 구분되어 적혀 있다는 점이다.
각 주제별로 나와 있는 로마사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저자의 생각을 통해 또 한번 배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 저자가 찍은 수백장의 사진들은 내용의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자료들은 내용을 이해하기 좋은 것들로 수록되어 있다.
또 하나,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현재 우리나라의 그것들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비교하여 읽기에도 좋다.
우리나라의 법은 일본법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일본법은 독일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 구조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로마법 -> 독일법 혹은 프랑스법 -> 일본법 -> 한국법’
우리나라 법에 왜 로마인의 숨결이 살아있는지, 즉 당시 로마인들이 생각했던 정의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과 결과(?)에 있어서 저자의 비판의식 또한 이 책을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는 포인트다. 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지 않나 싶다. 건축사의 중요한 두 양식이기도 한 로마의 판테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랑현관과 로툰다 역시 역사적 사실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이 왜 그렇게 기괴한 모양을 가지게 되었는지, 가십처럼 즐길 수 있는 부분도 다룬다.
본격적으로 사람 그 자체를 통해 로마사를 바라볼 수 있는, 키아사르와 키케로,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우리나라의 정권와 역사적 사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비교되어 이야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씁쓸해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오래전 역사인 로마사임에도 더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또다른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