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2권
어제와 그제, 이틀간에 걸쳐 로마의 일인자 2권과 3권을 마저 읽었다. 밤시간을 이용해 아침에 눈을 뜰 때 몸이 무척 피곤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고 난 후의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부러 밤을 샌 게 아니라 ‘이야기’에 푹 빠져 그렇게 되었다.
이 때문에 다음 책으로 바로 꺼내든 건 톰 홀랜드의 ‘공화국의 몰락’이었다. 이 책의 첫 부분과 로마의 일인자가 어느정도 겹치는데다가 로마의 일인자 세 권을 다 읽고 나면 그 뒷 이야기… 그래서 공화정은요? 카이사르는요? 술라는요? 등이 궁 금해지는데 이 부분이 바로 ‘공화국의 몰락’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오래전에 톰 홀랜드의 ‘페르시아 전쟁’을 읽은 적이 있다.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재미없게 읽은 것은 아니었다. 재미보다 궁금해서, 알고 싶은 것을 위해 읽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마의 일인자’ 세 권을 모두 읽고 바로 톰 홀랜드의 ‘공화국의 몰락’을 읽으니….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 역시 재미있게 역사를 접하기 위해서는 평가와 내용이 조금 달라지더라도 역사’소설’로 접근하는것도 좋을 것 같다.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는 역사소설이고 톰 홀랜드의 공화국의 몰락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공화국의 몰락은 역사 저널(?)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둘 다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런 이유로 둘 다 저자의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술라 등 인물들을 바라보는 관점(혹은 평가)도 다르며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짚어내는 것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여기서는 술라가 이런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저기서는 또 다르게 묘사되는 식이다. 공화국의 몰락은 이제 막 읽기 시작해서 자세히는 비교하지 못하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차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 2권에서는 드디어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관련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며 동시에 로마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크게 재미를 느껴 볼 만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1권에서는 이야기의 배경이 많이 나와서 로마사를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은 그저 알아가는 재미만 느꼈지, 이야기의 재미까지는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읽는 맛은 나도 뭔가 시원하게 다음 페이지로 밀어 넘겨주는 맛이 없었다. 그러나 2권에서… 바로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 이야기들이 전개되니 기대해도 좋다.
3권에 대한 내용은 따로 적어보겠지만 1권과도 다르고 2권과도 또 다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권에서는 가이우스 마리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3권에서는 여러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불쌍한 스카우루스의 아들… 나는 본문의 내용과 달리 자꾸 그 아들이 생각난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 별 내용은 없지만 본문 중에서…
– 행운에 맡겨야겠어. 술라는 생각했다. 나의 행운이 계속되지 않을 거라는 경고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건 하나의 시험,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의 시험이다.
– 로마에 필요한 건 죽은 네가 아니라 살아 있는 너다.
– 로마의 방식은 아니지. 루푸스 가의 방식이다.
–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루푸스는 드물게 닥치는 가족 문제엔 언제나 시간을 냈다.
– 아우렐리우스를 산 채로 구워버렸다. 외로운 승리였을지언정 그것은 분명 그의 승리였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비틀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무릎을 꿇지도 않았다. 자신의 죽음이 게르만족에게 로마의 진정한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과 같은 로마인 중의 로마인을 배출한 국가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주리라 다짐한 것이다. 그는 모든 면에서 진정 로마 귀족다운 죽음을 맞았다.
– 말리우스의 상황도 전혀 나을 것이 없었다. 마르시족은 절대 이길수 없는 상대에 용감히 맞서다가 거의 전멸했다.
– 그리스인들은 로디세우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네. 그가 가진 인생의 끈은 너무도 강력해서 그와 마주치는 모든 이들의 인생의 끈을 다 끊어놓고 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