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 / 사토 게이지
인구 약 4,700여명의 마을에 ‘사이치’라는 슈퍼마켓이 있다. 보통 슈퍼마켓에서 반찬으로 이익을 내는 경우 한계가 10%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가게의 수익은 반찬에서 50% 이상이 나오고 있으며 ‘오하기’라고 하는 것은 하루 4,000여개가 넘게 팔리고 있다.
마을주민들만 와서 사 먹는 것이 아니라 먼 곳에서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와 구입해 가는 사람들도 줄을 선다. 일본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 체인점들의 회장들도 사이치에 직접 찾아오거나 직원들을 보내어 특별히 연수를 시키기도 하는 곳, 그러나 사장은 이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자신의 비법을 가르쳐주고 배우러 오는 직원들에게도 무료로 모든 것을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하게 가르쳐주고 있다(이와 관련해서는 그가 어떻게 사이치를 성공의 길로 서게 했는지, 아무 조건없이 그를 도와주었던 어떤 은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이정도면 다른 곳에 지점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이룬 성공의 바탕은 ‘기본’에 있는 것일까? 성실함과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아무튼 성공이라는 결과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건강을 생각해 절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도 자극적인 맛으로 손님을 유혹하기 위 해 건강에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도 지점을 낼 경우 자신이 완전히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에 수익보다는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도 혼자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잘 될 수 있는 끊임없는 상생의 발전을 지향하는 것도 모든 것이 이 기본에서 파생된다.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것은 경제/경영도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하우’였다. 그러나 이 책은 의외로 ‘기본’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사장과 그의 아내(‘전무’직을 맡고 있고 사실상 모든 반찬을 만들고 관리하고 개발하는 주역이다. 사이치의 성공도 그녀의 노력이 컸다)를 통해 실제 그 – 수익성 사업과는 다소 괴리되어 있고 너무 이상적이라 생각되는 – 기본이 어떻게 현실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이치가 어떻게 성공적인 길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오하기’라고 하는 음식하나만 보아도 그렇다. 약간은 달짝지근해야 맛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한개만 먹고 더 못 먹는다.
그리고 두 개 이상 먹게 되면 몸에 좋지도 않다. 오하기는 밥과 팥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팥을 어떻게 삶는지도 상당히 중요하고 밥도 어떤 쌀을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 순간적인 맛에 의존하다보면 이런 기본들을 잊게 되고 조미료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부부는 두 개 이상을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건강을 생각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따라서 처음에는 맛도 싱겁고 뭔가 밋밋한 오하기로 보였기에 처음 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들 너무 싱겁다느니 말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만들게 되면 결론적으로 건강을 해친다. 그리고 전통적인 오하기의 고소함과 맛을 잃어버리고 그저 자극적인 맛을 따라가게 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고객이 원하면 바꾸는게 옳지만 이것은 원칙에 해당하는 것이고 바꾸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오하기는 그대로 두고 고객들의 요구에 반응하고자 따로 설탕 등을 조그만 봉지에 담아 옆에 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오하기를 사가면서 동시에 준비해둔 봉지들을 하나둘 가져갔고, 처음에는 계속해서 동이 나 수시로 봉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가져가는 봉지 수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점점 사람들은 본인들도 잊고 있던 오하기 본연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봉지가 필요없어졌다. 오하기 만으로 사람들은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 손자들의 감동깊은 사연들이 이어진다. 바꿀수 없는 원칙이 승리한 것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옳았기 때 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고수했다. 그렇기에 단기적인 수익에만 급급한 대다수의 체인점과 기업들이 오하기의 비법을 알아도 제대로 적용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다.
사토 게이지 부부에게는 또 다른 원칙이 있다. 누구든 무료로 모든 것을 배워갈 수 있다. 어떻게 반찬을 만드는지 궁금하 다면 다 알려주는 것 같다. 숨기는게 없다. 그렇지만 사이치에서 배워간 음식에 혹시라도 화학조미료를 넣는다거나, 그런 게 들어있지 않아 쉽게 상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언가를 첨가한다거나, 조금이라도 성실하지 못하게 만들어낸다거나…
그렇게 되면 절대로 사이치에서 배운 음식이라는 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그곳은 더이상 가르치지도 않는다. 책의 표현대로면 단단히 화가 났다고나 할까?
가격도 저렴하고 내용도 가격에 비해 알차다. 모든 반찬의 재료비는 판매비의 60% 수준을 유지한다. 물가가 올랐다고 해 서 가격을 올리지도 않는다. 다들 힘들고 수입들이 오른 것도 아닌데 자신들만 올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수익은 다른 반찬가게들에 비해서 높은 편인데 버리는 재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든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이런 것은 특별히 머리가 좋거나 아이디어가 있어서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점이 더 놀랍다. 어떻게든 이걸로 뭘 할 수 없을까,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보니 나온 결과들이었다.
주변에 대형마트나 경쟁업체가 들어선다고 해도 이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가령 대형마트에 무언가 살 것이 있어 온 사람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이치에도 들러볼까?’ 라는 마음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은 더 늘어난다. 그것이 사이치다.
이 책은 ‘옳은 것’이라면 원칙이 통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그 시간은 빨리 오지 않는다.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결실은 맺게 되어 있다는게 이 책의 요지나 다름없다.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 경영방법 등은 나와있지 않다. 올바른 원칙이 결국은 성공하게 되는 과정이 담겨있다. 그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일 것이다. 오래전 감동깊게 보았던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
다 읽고나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기본과 정신을 강조한 책과 다를바 없었다. 실제 비결은 알 수 없다. 그냥 뭔가 그래, 성실해야돼, 그러면 될 거야… 이런 마음이 필요하고 다잡고 싶다면 읽어보기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책이라는 점, 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 점, 따라서 필요한 것은 참고하되 무조건 정말 이게 전부이고 핵심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재미는 있으니 읽어볼만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