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에이리언6 커버넌트(Covenant, 2019)
! 스포일러 포함
(출시 순으로) ‘에일리언 5편: 프로메테우스’ 의 시간대는 서기 2093년이었다.
고고학자들이 고대 벽화들에서 공통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2089년.
그것이 창조자들이 가르쳐주는 어떤 행성이라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부호가 불사의 비밀을 찾기 위해 직접 그 곳으로 항해하는 것이 2093년.
같은 해 그 행성에서 인류의 창조주와 함께 에이리언이라는 괴물의 원초적 형태와의 만남. 그리고 에이리언 한 마리와 함께 탈출하게 되는 마지막 생존자 엘리자베스 쇼 박사와 인조인간 데이빗.
엘리자베스 쇼 박사는 지구로 귀환하지 않는다. 창조주들에게 왜 자신들을 만들었는지, 그런데 왜 죽이려고 했는지를 묻기 위해 인조인간의 도움을 받아 우주선에 기록된 창조주들의 행성으로 향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기에 ‘에이리언 6편, 커버넌트’에서 기대했던 것은 그 다음 이야기인 창조주들과의 만남이었다.
# 에일리언6 커버넌트 트레일러
그러나 ‘창조주’들은 모두 인조인간 데이빗에 의해 죽고 만다. 데이빗은 우주선에 에이리언의 시초가 되는 전염병 균을 가지고 탔으며 우주선이 그들의 행성에 도착했을 때 공중에서 그 균을 우주선을 보기 위해 나온 창조주들에게 살포한 것이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원시적인 모습을 띠고 있던 그들에게 이것은 종말이었다. 인류와는 비교가 안 되는 뛰어난 과학기술을 지니고 있던 그들이지만, 어찌된 것인지 그들의 모습은 매드맥스에나 나올법한 무법지대에서 생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들의 우주선이 돌아왔는데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고 시스템도 없다. 모두들 한 곳에 모여 우주선을 바라보다 공중에서 터진 균 폭탄에 의해 모두 감염되어 버렸다. 몸에서는 에이리언들이 튀어나오고 그렇게 멸종한 것으로 나온다.
이 모든 것이 1~2분도 안되는 장면이었다.
커버넌트의 다른 모든 부분은 ‘창조자’라는 것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인류를 만들어낸 것은 신이 아니었다. 사람과 다름없는, 그저 과학기술이 더 뛰어났을 뿐인 종이었다. 또한 그들의 세계도 어찌된 일인지 이미 파괴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데이빗에게 창조주는 인간이다. 데이빗은 사람처럼 똑같이 생각한다. 그래서 창조주와 자신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창조주는 분명히 신과 같은 존재이고 따라서 완벽해야 할 것 같은데 인간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오히려 더 완벽에 가까운 것 같았다. 성장하는 도중에는 질문도 많이 했지만 어느덧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다. 더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고민에 대한 답은 진정으로 완벽한 생명체, 즉 인류를 만들어낸 창조주를 만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데이빗을 만든 주인이 불사의 비밀을 찾기 위해 인류의 창조주를 찾아나섰을 때, 데이빗은 자신의 주인과는 다른 목적으로 인류의 창조주를 만나고 싶어했던 듯 싶다. 자신의 주인은 기껏해야 영생을 얻기 위해 간 것이지만 데이빗은 창조주란 어떤 존재인지, 그들의 완벽함이란 어떤 것인지, 신과도 같은 그들의 어떤 부분을 통해 무언가를 얻기를 기대하며 찾아간 듯 싶다. 어쩌면 자신도 완벽해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인간과는 다른 생각으로 분석했고 다른 방법으로 비밀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알아낸 것은 결국 ‘불완전함’ 이었다. 인류의 창조주도, 자신의 주인이자 창조주인 인간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균’에 의해 탄생한 ‘에일리언’이라는 생물체는 자신이 바라던 완벽한, 비록 그것이 악을 지향할지라도, 생명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창조주로부터 얻고 싶던 완벽한 무언가를 이곳에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듯 싶다. 데비잇은 자신의 모든 것을 에이리언을 더 완벽하게, 또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것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6편 커버넌트의 시간대는 5편 프로메테우스의 마지막 장면인, 인류의 창조자가 사는 행성으로 향해 우주선이 떠나는 장면으로부터 약 십년이 지난 2104년에서 시작한다.
약 2천명의 사람을 싣고 새로운 개척행성으로 향하고 있던 우주선이 있다. 갑작스런 사고 후 주요 선원들이 깨어났고 이들은 우연히 어떤 신호를 듣게 된다. 또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우연히 발견한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연속이, 그렇다고 누군가에 의한 계획이라고 보기에도 또 힘든 상황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창조주’의 장난이 아닐까.
새로운 개척행성으로 향하는 목적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았기에 그곳에 정착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우주선을 수리하고 다시 그곳으로 가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우연히 발견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이 행성의 존재를 단순히 지구에 전송하고만 지나가기에도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신호’를 확인해야 했기에 의견은 갈리었지만 어쨌든 행성에 탐사팀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이 행성에서 만난 것은 인조인간 데이빗이었다.
데이빗은 인류의 창조주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곳에서 찾았던 이상한 ‘균’을 가지고 창조주를 몰살한 후에 다양한 생물체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실험장이기도 한 이곳에 정착했던 것 같다. 균을 행성의 생물들에 배양해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고자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어딘가 불완전했다. 개선하고 또 개선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인류의 창조주가 불완전했고, 자신의 창조주였던 인간도 불완전했고, 자신 또한 인조인간으로써 불완전했던 것처럼, 완벽할 것 같은 새로운 생명체는 계속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스스로 창조주가 된 데이빗, 그가 마지막으로 실험한 것은 마지막 생존자였던 인간(엘리자베스 쇼 박사)이었다. 마지막 실험체로써 인간에게 균을 실험하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완벽에 가까운 생명체, 에일리언이 탄생했다.
그리고 언젠가 만나게 될 인류를 향해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던 것이 마침내 소원을 이룬 것이다. 커버넌트 호에는 개척행성에 거주할 인간 2천여명이 잠들어 있었다.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마침내 데이빗은 그토록 원하던 완벽한 생명체의 대규모 배양을 눈 앞에 두게 된다. 자신은 창조주가 되어…
… 에이리언6 커버넌트는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볼만했지만 ‘에이리언’이라는 틀 안에서 보면 주제도 많이 벗어났고 허망함도 극에 달한 듯 싶다. 기대와는 다른 방향에서 전혀 새로운 것에 집중한 영화로 생각한다.
오리지날 에이리언이라고 하면 역시 1979년작, 에이리언1 뿐인 것 같다. 그 후에 만들어진 2, 3, 4, 5편은 모두 부가적인 설명이었고 그 중에서도 6편은 에이리언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영화이지만 오히려 가장 겉에서 맴도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에이리언이 나오는 또 다른 영화로 두 편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가 있는데 예전에 본 기억으로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차라리 안 보는게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