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의 설성면…
도농도시라고 해서 도시와 농촌이 섞여 있는 곳이라 믿었건만
어제는 다른 곳에서 와 이곳에 오래 살고 계신 분이
농촌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생각해보니 그런것도 같은데 내 기준의 농촌에는
이렇게 많은 아파트와 이런 건물들이 많으니까
농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농복합도시? 그 정도가 맞을 듯 싶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아파트가 끝나고 곧바로 논과 밭이 나오고
아파트 사이사이에도 논과 밭, 개구리와 황새 같은 새들이 있고
중간중간은 낮은 구릉의 산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는게
참 좋았다.
하지만 생선회를 파는 집이 굉장히 적다.
있어도 있는것 같지 않을 정도로 내 기준에서는 생각보다 적다.
게다가 처음에는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산들이 좋았는데
이제는 뭔가 막아놓은 느낌도 들고, 바다처럼 뻥 뚫린 느낌의 무언가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다음 도시는 어촌 마을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 나이와 상태다.
여기저기 성한 곳이 이제는 남아있지 않다시피하고
몸은 다 녹슬듯, 시들듯, 에너지같은게 빠져나간지 오래다.
그 외에도 내게 기대고 있는 사람들과 여러가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겹치고 겹쳐 있다.
마음은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었지만
그래서 남서쪽으로 내려가려고 했건만
북서쪽으로 밀어버리고 있으니
행방을 놓고 버티면서도 어쩔 수 없는 기본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소리도, 냄새도 모든게 그립다.
그리워.
정말 그리워…
하지만 또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할 듯 싶다.
기적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리가!!
그럴 바에는 이럴 일도 없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 열심히 살았고 끈덕지게 버텼다.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피해주지 않고 나쁜 마음도 나쁜 행동도 하지 않은건,
처음에는 ‘그래, 그래도 양심껏 정말 힘들게도 잘 버티고 잘 살았어.’라고
마치 내 스스로 그렇게 노력한 듯 싶었지만
십오년이 넘는 세월을 돌이켜보니
나란 놈이 원래 그런 놈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뭔가 김이 빠져버렸다.
너무 무해한 인간 아닐까? 나란 놈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뭔가, 뭔가 좋은 일이 찾아왔으면 싶다.
너무 싫다. 너무 힘들고.
아! 어촌에 가면 바다도 있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무언가도 있고
반대쪽에는 땅도 있으니 농사도 지을 수 있을 것 같고…
잘 모르니까 그냥 왠지, 농촌보다는 바다가 있는 어촌이 나은게 아닐까 생각중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다르겠지만 그래서 직접 가서 살아보고 싶었던건데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