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단독주택… 지반 침하…
어느날 갑자기 벽과 천장에서 꽝! 하는 굉음이 들렸다. 지반침하가 오래되면서 방바닥은 다 꺼진지 오래이고 벽도, 그래서 천장도 잘못하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산 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 주변을 둘러보고 어디가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시멘트로 된 마당 아닌 작은 공간은 이제 그 바닥의 울림 때문에 집 전체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바닥은 갈라지고 구멍이 났는데 철물점에서 사온 20kg정도 되는 시멘트 포데기를 뜯어 넣어도 계속 들어가기만 한다.
태풍이 오는 날은 제발 이곳에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싶지만 어김없다. 그곳에 운이란 없는 것이다. 있다면 이미 그런 곳에 있지도 말았어야 했다고 한다. 혹시나 방바닥이 가라앉지는 않을까, 돈이 없는데 어쩌지… 비만 오면 바닥에 물이 흐르는 소리까지 들리니 더 우울해진다고 한다.
집이 너무 초라한지 지나가던 누군가는 지붕에 오물이 담긴 봉투를 던졌다고 한다.
없는 곳인데 도둑도 든다. 새벽은 당연하고 낮에도 들고 그런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그 안에서 계속 살고 있었기 때문에 도둑이 집에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고 누군가 있으니까 그냥 가버려서 도둑은 들지 않았다고 하는게 운이라면 운이려나.
그런 상황에서 크게 아픈 사람도 생겼다. 평생 장애를 얻어 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간병할 사람이 필요하고 결국 아픈 사람과 멀쩡한 사람이 그 집에 갇혔다.
나이가 들고 아프기 시작하고 큰 병이 찾아오면 그때부터는 다 돈이란다. 그런데 돈 벌 사람까지 간병으로 묶어버렸으니 누군가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아픈 사람이 죽으면 멀쩡한 사람은 살 수 있겠지만 간병이 십년이 넘어가면서 간병하는 사람도 같이 늙어버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렇게 너무 늦었다고 한다.
멀쩡한 사람이 죽으면 아픈 사람은 사람이니까 국가에서 데려가려나? 둘 다 죽으면 이 둘의 시간은 원래 그랬든 없던 것처럼 되려나? 누군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열심히 살아도 아프면, 그리고 그게 덫처럼 주변까지 옭아매어 버리면 다 끝인가?
결국 멀쩡한 사람도 다쳤다.
그곳은 그런곳이다.
희망은 없다. 기적이 유일한 희망인데 그럴바에는 아예 그런 일이 없었어야 하지 않을까? 때리고 달래고, 뺏고 주고… 그게 무슨 희망이고 기적이고 운일까? 아니다.
모든 것이 다 빨려들어가던 곳, 꿈이라는 것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느껴지지 않던 곳. 그런 곳이 있다.
그리고 투기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그곳은 재개발이 됐다고 한다. 이들은 쫓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집에 수리조차 안 되었던건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수리하느니 사람 빼는게 더 나으니까 그랬나보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로 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