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기록입니다.)
수제비는 먹고 싶은데 밀가루 음식이라 조금 그랬다. 그래서 하얀 밀가루가 아니라 갈색의 통밀가루를 선택해 수제비를 만들어 봤다. 레시피는 아주 간단한 것으로 선택했다.
… 빵과 같이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기 시작한 지 오래 되었다. 체질이 변한 건가 싶었는데 누군가 나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서글펐다. 또 누군가는 괜찮게 만든 빵을 먹으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서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말하기를,
‘그냥 밀가루 말고 통밀이나 다른 곡물로 만든 빵을 드셔보는건 어떠세요? 설탕도 덜 들어간 것으로요. 저는 그거 먹고 다시 빵을 먹게 되었어요.’
솔깃해서 빵집도 바꿔봤고, 속이 안 좋았던게 많이 좋아져서 수제비도 통밀가루를 이용해 만들어 봤다. 레시피는 머릿속 레시피로 만들어봤는데 생긴게 너무 별로이지만 맛은 좋았다. 다음에 더 잘 만들기 전에 일단 기록해둔다.
맛 없게 생겼다.
그런데 맛있다.
하지만 아쉬운게 좀 있어서 다음에는 더 맛있게 만들려고 적어둔다.
* 처음 만들어 본 통밀가루 수제비 레시피 기록
① 반죽
처음에는 통밀가루와 물의 비율을 2:1로 잡았다가 너무 질어서 고생했다. 계속해서 통밀가루를 넣어주면서 반죽을 되게 잡으려고 했는데 그 양이 대단했다. 1인분만 만들어 보려다가 2인분을 만들게 됐다.
따라서 일단 4:1로 잡고 반죽하면서 물을 조금씩 더 넣어주는게 좋을 것 같다. 통밀가루 : 물’ 의 비율은 4:1과 3:1 사이의 어딘가일 것 같다. 물을 붓기 전에 ‘소금’을 약간 넣어서 수제비 자체에 약간의 간을 더하는게 좋은 것 같다.
손에 너무 많이 달라붙었는데 계속 반죽하면서 손에 묻은 것도 점점 떨어지게 만들었고, 반죽도 얼추 만들어져서 그대로 옆에 두었다.
② 국물 만들기
다시마가 있으면 좋았는데 없다. 그래서 국물용 멸치를 머리와 똥을 빼고 한 줌 넣었다. 대파는 딱 한 줄기만 남아 있어서 잘 씻어서 크게 잘라 넣었다. 국물용이라 나중에 건지기 위해서다.
청량고추 두 개를 크게 잘라 넣었다.
그리고 끓여서, 끓기 시작한 후부터 딱 10분만 끓여주고 거름망으로 멸치와 대파, 청량고추를 모두 건져내었다.
③ 본격적인 수제비 끓이기
마늘은 안 넣으려다가 반 수저를 넣었는데 안 넣어도 될 것 같다.
간은 ‘국간장과 소금’ 두 가지로 끝냈다. 수제비 레시피를 검색해보면 국간장 한 수저와 소금 반 수저와 같이 소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는데 비율대로 만들게 되면 내가 만든 것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간장과 소금을 조금씩 넣고 ‘맛을 직접 봐 가면서 양을 조절했고, 그렇게 하니까 내 입맞에 맞는 간이 딱 나올 수 있었다.
이제 통밀가루 반죽을 넣어 수제비를 만들면 싱거워질텐데 2인분의 양만 만들었고, 따라서 끓이면 물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서 더 짜게 만들지는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맞았다. 나중에 먹어보니 간이 딱 맞아서 맛있었다.
이제 반죽을 꺼내 손으로 잡아 뜯어가며 넣어주었다.
겉은 금방 익는데 그렇다고 바로 먹으면 속이 덜 익었거나, 입 안에서 덜 익은게 느껴지는 맛이 나온다. 따라서 적어도 10분은 끓여주는게 좋다.
…
맛있다. 사진은 정말 맛없게 나왔는데 맛은 좋았다.
간은 딱 맞았고, 국물은 시원했고, 청량고추 덕분에 얼큰한 맛도 돌았다. 후추를 뿌려 먹으려다가 참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
개선할 점
① 국물을 만들 때 다시마도 넣어서 국물 맛을 조금이나마 낫게 만들어 보기. 큰 차이는 안 나도 조금은 차이가 날 것 같은데 해 봐야 알 것 같음
② 대파 한 대를 더 넣어서 끓이기
③ 시간이 정말 많다면, 재료값에 기꺼이 천원을 더 추가할 수 있다면, 무를 크게 썰어 국물맛에 시원함을 더하고 싶은데 이건 좀 고민해봐야겠다.
④ 맛은 있어도 눈으로 보는 맛이 너무 맛없다. 따라서 눈요기를 위해, 약간의 식감을 위해, 마지막에 대파의 녹색 부분을 얇게 편썰기로 잘라 조금만 넣기, 홍고추도 반 개만 얇게 편썰기로 잘라 넣기, 계란은 수제비에도 풀어 넣으면 맛있을려나?? 이건 찾아보고 결정해야겠다.
끝!
딱히 뭔가 더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자면 손만 많이 갈 뿐이고, 그렇다고 맛이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가장 기본에 깔끔한 맛이 가장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