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 중 레오폴드 FC750R 적축에 끼워 사용하던 ‘오링’이라는 제품이다. 키캡을 떼어내면 튀어나온 키축이 보이는데 여기에 오링을 끝까지 완전히 끼워준 후에 다시 키캡을 씌우면 된다.
그렇게 하면 키가 눌러지는 깊이(트래블(키캡이 움직이는) 거리, 쉘로우(깊이) 정도)가 약간 줄어든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다보면 눌러지는 깊이가 의외로 깊어서 장시간 오래, 그리고 빨리 타이핑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점점 힘들어지는데 이것을 줄이고 싶어 사용했다.
즉, 낮은 키축(로우 프로파일, low profiel)이 사용된 기계식 키보드처럼 만들고 싶어 사용했던 제품이다.
또한 소음도 줄어든다. 적축도 나름 시끄러운데 이게 약간 줄어든다.
키가 눌러지는 깊이는 오링의 두께에 비례해 어느정도 줄어들고 소음도 줄어든다.
그러나 끝에 닿는 느낌이 좋지 않다. 둔탁하게 뭔가 이도저도 아니게 멈춰버리는데 썩 좋지 않다.
또 오링의 두께가 너무 얇으면 두 개를 끼우기도 하는데 그러면 느낌이 더 안좋아진다. 따라서 한 개만 씌우는 것을 목표로 두께를 잘 선택해야 한다.
요즘에는 로우 프로파일이 채택된 기계식 키보드들이 여럿 나와 있다. 카일 회사에서 나온 것은 초콜릿축이라고도 불리고 체리라는 회사에서 나온 건 MX인가? 잘 모르겠는데 역시 뭔가 다르게 불리는 것 같다.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로우 프로파일과 로우 키캡은 완전히 다른 것인데 혼동해서 광고하거나 쓰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파일은 키축을 말하고 키캡은 말 그대로 키캡이다. 로우 키캡이 로우 프로파일을 이길 수는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아무튼 로우 프로파일 제품이 나와 있음에도 선택의 폭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 중에 pbt 키캡이 적용된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pbt 키캡이 아니라 abs 키캡은 마찰이 심해 부드럽게 치기 어렵고 따라서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더 들리게 되어 로우 프로파일만의 특장점이 사라져 버린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또 카일의 낮은 키축인 초콜릿축의 경우, 키압이 은근히 높다. 오래, 그리고 빨리 치면 차라리 쉘로우가 더 깊더라도 일반 적축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정도다.
이 경우 해결책은 딱 하나다. 오직 한 방법 뿐이다.
오래전 컴퓨터 책상을 보면 키보드가 모니터와 같은 위치에 올려 있지 않고, 그보다 낮은 키보드 서랍 같은 것에 따로 올려져 있다. 그리고 키보드를 당기면 책상처럼 가슴 앞까지 온다.
그런 식으로 ‘키보드’를 낮게, 그리고 가까이 놓고 써야만 한다. 일반 책상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로 키보드용 서랍을 구입해(5만원 안팎) 책상 상판에 끼워 사용해야 하는데 윗부분이 책상 위로 튀어나와 있어 걸리적거린다.
또 소음을 줄이려면 키보드 밑에 마우스 패드처럼 굵은 장패드를 까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튼 오링은 약간 보완이 되는 대신 그만큼 느낌이 안 좋아지는 장단이 공존하는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