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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th Fail (12학년 낙제) – 동기부여용으로만 보면 괜찮았던 영화

12th Fail (2023, 12학년 낙제/유급), 인도 힌디영화

실제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적당히 각색해 만든 영화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원작은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은 ‘마노즈 쿠마르 샤즈마’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고위 경찰관이 되어 부패를 척결할 것이라는 꿈이 있지만, 정작 그가 그런 꿈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12학년 시험을 위한 커닝페이퍼입니다.

하지만 비난하기 어렵습니다.

마노즈가 다니는 학교는 대놓고 커닝을 시키거든요. 심지어 이번 시험에서는 선생님이 직접 답을 칠판에 적고 그대로 적어 합격하자고 종용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마노즈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때 운명의 ‘두샨트 싱’ 경감을 만나게 됩니다.

가차없이 모두를 유급시켜버립니다.

제목의 12th fail은 12번째 실패가 아니라 12학년 졸업 시험에 실패해서 유급을 했다는, 다시 말해 12학년 시험 실패, 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노즈의 집안은 정직하고 열심입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지만 상관이 국가의 재산을 빼돌려 사익을 취하는 것을 못하게 하려다가 직장에서 쫓겨납니다. 실직한 것입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는 가족 중에 유일하게 현실적인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의와도 타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아버지가 항소를 하러 나갈 때 도시락을 챙겨주며 당신의 편임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면 역시나, 모두가 똑같은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할머니의 희생도 너무 안타까왔습니다.

정직해서 손해보고 정직해서 직장 잃고 정직해서 먹고 살 일이 없어지고 정직해서 가족이 가난해지고 기회를 갖지 못하는 환경인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마노즈는 돈도  없이 인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에 도전합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지간에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결국 더 큰 힘을 얻고 나서야 불의를 이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겠지요. 그만큼 사회가 썩었다는 겁니다. 마노즈가 만약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불의는 계속해서 정의를 착취했을 겁니다.

 

또 하나는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공한 사람을 위한 영화였다는 점입니다.

한 해 약 20만명이 시험을 보고 그 중 30명이 합격합니다. 199,970명은 다시 0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에 인생을 낭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보통 4번의 응시제한을 둡니다. 신분에 따라 낮은 카스트(신분)의 경우에는 6회까지 허용합니다. 마노즈와 다른 이들을 크게 도운 ‘가우리 형님’이라 불리는 사람은 6회에서 모두 실패하고 찻집을 차립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이들의 성공을 돕습니다.

좋은 모습입니다만 결국은 성공한 사람인 마노즈 만이 모든 것을 갖게 됩니다.

물론 관점을 달리하면 가우리 형님의 삶은 성공한 삶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큰 줄기는 다르게 보여주고 있으니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그 가장 큰 예가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버지가 몇 년을 항소하며  힘들어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UPSC의 IPS 시험에 합격함으로써 사실상 항소가 좋은 쪽으로 끝을 맺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해하지만 영화가 뭔가 유치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동기부여용으로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용은 진부합니다. 너무나 전형적인 그것입니다. 열심히, 열심히,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결국은 합격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여러가지 요소를 집어넣어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합니다.

가우리 형님과 같은 조력자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갖춘 채 등장합니다. 사랑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괴롭히는 사람과 힘들게 만드는 이야기도 역시 담겨 있습니다.

 

평점이 굉장히 높지만 내용만으로 보면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저도 아니거든요.

그러나 그런 내용을 다 떠나서 영화의 만듦새.. 위와 같이 여러 이야기들의 조화라던가 이야기의 강약이라던가… 감동이라던가… 그런 것을 고려하면 7.5점 주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내용과 영화적 만듦새를 다 고려했을 때 저는 6.5점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볼만합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으니 잠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갑자기 자극을 받아 어떤 공부를 시작해서 끝을 보게 될지요.

저는 그런 용도로 이 영화를 세 번 보고 즐겼습니다. 하지만 가우리 형님이 계속 생각나네요.

인도영화이지만 헐리우드 스타일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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