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곤충이 한 마리 죽어있으면 오래지나지 않아 작은 개미들이 나타나 분해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잔뜩 달라붙어 분해해 갑니다. 비가 온 뒤에는 지렁이도 그렇게 사라지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
이곳에서 2분만 더 걸어올라가면 언덕이라고 할 만한 낮은 산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죽은 벌레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하지만 달려들어 분해해 가는 개미들이 별로 없어 이상했습니다. 먹을게 많은데 먹는사람이 없는 이상한 상황… 곳곳에 작은 개미들이 좋아할 만한 벌레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산 높은 곳이나 산 속 깊은 곳이라면 개미들이 많지 않을 어떤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추정이라도 해 볼텐데 여긴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얼마전 러브버그가 한참이던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길가의 보도블럭 위에는 작은 곤충사체 하나에 작은 개미들이 잔뜩 달려들어 물고가고 있더군요.
(보기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사진에는 나와 있지만, 그렇다고 보이지는 않게 멀게 잡아 찍었습니다.)
이 하나의 개미 군체가 사람 걸음으로 2분 거리… 그 정도만 위에 자리잡는다면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을텐데 왜 그런 곳에서 멀리 자리잡아 살아가는 것일까요? 본능적으로 더 나은 생존터에 자리잡아 갈 것 같은데 이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먹이가 많은 곳보다 더 좋은 곳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은 개미들이, 그것도 여러 군데 있는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후에 산과 가까운, 먹이가 많은 곳에 다시 가 보니 곤충사체들은 여전히 곳곳에 눈에 띄지만 작은 개미들은 없었습니다. 의아해서 계속 땅을 관찰하며 걸어가다보니 큰 개미 두어마리가 띄엄띄엄 보였습니다. 중간중간에 곤충 사체들이 있음에도 그냥 천천히 지나다니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천적… 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보이지 않기에 이곳에 작은 개미들이 몰려온다면 쉽게 자리잡고 편하게 영역확장을 해 나갈 것 같은데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네요.
이유는 차치하고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슨 일을 할 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무엇을 잘하는지보다는 기회가 닿는 것에 먼저 접근하게 되고 대부분 그 일과 관련된 일로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있다고 하죠. 외국에 나갔는데 그곳에서 누군가 마중나온다면, 마중나온 사람의 직업과 똑같은 직업을 갖고 살아가기 쉽다고요.
어떻게 보면 결국은 인맥입니다. 환경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그래서 누구를 만나게 되는지 어떤 기회를 만나게 되는지가 그 사람의 장래를 좌우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운입니다. 그 운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나기 위해 좋은 곳에 가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모릅니다. 정말 소수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찾아갑니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달팽이와 지렁이가 여기저기 보입니다. 그 중 어떤건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죽어있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살아가기 위한 장소와는 너무 다른 곳까지 나와 죽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걸 보면 불쌍해져서 이미 죽은 벌레임에도 (손에 닿는건 징그럽고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서) 굵은 나무가지와 잎사귀가 달린 식물을 꺾거나 주워서 사체를 들어 풀숲 안에 던져 넣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영어로 Frontier라고 하던가요? 개척자라고 해석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개체가 있어야 그 종족이 번영하거나 종의 멸망을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그런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위대한 탐험의 시대가 있었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몸으로 직접 움직이는 것만 말하는게 아닙니다. 생각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직 소수만이 그런 도전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모두 목숨을 잃었지만 그 결과 인류라는 종은 계속해서 발전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도달한 후부터는 일종의 존경심이 들더군요. 그래서 길을 잘못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달팽이나 지렁이들을 보면 원래 자리로 보내기도 하고 가끔은 조금 먼 곳에, 살 만한 곳까지 가져다 놓아주곤 합니다. 뭔가 원하는 걸 얻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게 아무 도움도 못 되는 것을 알면서도요.
친구 중에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연히 어떤 곳에 갔다가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새로운 방향과 인맥을 만들어가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뭘 해도 일단 움직이기는 해야하나보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약간의 새로운 도전 같은 것을 잊으면 안되나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 같습니다.
혹시 아까 그 보도블럭위의 작은 개미집단이 100여미터만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어떤 천적이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먹을게 너무 많아 게을러질 것 같은 생각 뿐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기에, 과학적이 아닌 인문학적으로 혼자 개똥철학을 해 봤습니다. 비가 와서 몸이 너무 안 좋네요. 하루정도 푹 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