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기업 / 곤노 하루키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메세지부터 살짝 언급해보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블랙기업의 의미는 폭력 등과 맞물린 개념에서 이제는 ‘노동착취’라는 개념으로 변질된 듯 싶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블랙기업의 의미가 그렇다.
언뜻 보면 비정규직이나 알바 등의 문제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놀라운건 블랙기업의 주 피해대상은 ‘정규직’이라는 것이고 이 책은 이러한 폐해가 단순히 개인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이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블랙기업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선 (개인이 바라보기에는) 다소 초월적인 존재에 버금가기 때문에 국가적 전략과 대책이 필요함을 촉구하고도 있다.
청년층의 취업문제는 의지가 결여되었다거나 의존증이 문제라는게 사회적 인식이었고 따라서 취업하지 못했다거나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는 건 결국 그 개인의 능력부족이 원인이라는 인식이 사회적 인식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취업에 실패하거나 정규직이 되지 못한 개인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그러나 블랙기업이 노리는 점도 바로 이것… 기업의 인사관리 등 기업의 문제임에도 블랙기업들은 이를 개인의 능력문제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이것을 사회적인 상식으로 만들어 버리는 데 굉장히 노련하다.
이러한 피해의 대상은 정규직이 대부분이고 대상이 된 사람들은 결국 ‘내게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를 탓하며 회사를 스스 로 그만두게 된다. 이것이 블랙기업이 노리는 절차다.
스스로 그만두게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
인격적 매도, 비용낭비, 수치심, 모욕감, 매일같이 있지도 않은 잘못을 스스로 찾아내 반성하여 개선하라고 지시하는 것(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스스로 잘못된게 있다고 비판해야 하니까), 성희롱, 각종 이상한 연수, 비용낭비는 곧 적자이고 이는 곧 악이다라는 강한 인식의 창조(이는 도덕이나 사회규범 등은 모두 무시하고 어떻게든 이익만 창출하려는 사람들을 만 든다).
이 밖에도 블랙기업은 사원을 채용할 때 인재를 선별하지 않는다. 대량채용을 하고 그렇게 선발된 인원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고 예선을 통과하게 만드는 등의 끊임없는 절차를 거치며 대량해고를 통해 그 중에 살아남는 자를 선별하는 방법을 택한다. 시장에 인력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결국 블랙기업의 패턴에 휘말린 사원들 중 일부는 인격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정신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규범이나 도덕을 무시하는건 당연한 것이라는 공감대마저 형성되게 된다. 심적 압박은 이루말 할 수 없다.
이렇게 문제가 생긴 사원들은 치료라도 잘 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블랙기업은 이들을 절대 그냥 퇴직시키지 않는 다. 그렇게 되면 치료 등에 따른 비용까지 모두 기업이 물어야 하니까. 따라서 보통 휴직을 먼저 신청하게 만든다. 휴직 기간 동안 몸과 마음에 병이 걸린 사람들을 치유를 받고 비용이 드는 과정이 있다면 결국 의료보험과 유급휴가비 등으로 충당하다가 이제 그 병이 다 나은 뒤에 퇴직을 하게 되므로 블랙기업으로써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낫다. 한계를 넘어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까지 이른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렇다면 블랙기업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8가지 패턴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일치하면 블랙기업이 틀림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페이지 88이후) 이를 통해 내가 다니는 곳, 가려고 하는 곳이 블랙기업인가 아닌가를 진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랙기업이 사원들을 퇴직시키는 방법은 앞에도 이미 언급했지만 4장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언급하고 있다.
사직은 노동자가 스스로 일방적인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고 해고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 다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블랙기업은 절대 사직이나 해고를 통한 해고로 결별을 맞으려고 하지 않는다. 해고가 아닌 퇴직을 유도한다.
그 방법은 나쁜 쪽으로 프로다. 의도적으로 우을증을 만들기도 하고, 몰아붙여 스스로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기도 하고, 특 수한 대우를 가하기도 한다. 카운슬링이라면 소위 힐링에 가까와야 상식이고 정상인데 블랙기업이 행하는 카운슬링은 사실상 자존감을 낮추고 수치감을 주어 스스로를 탓하게 만드는 정신교육에 가깝다. 카운슬링을 많이 받을 수록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자기자신의 능력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 퇴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블랙기업은 그 과정에 이르는 강약조절에 굉장한 프로다.
그렇다면 청년노동자는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전략적으로 행동해서 대응해야 한다. 블랙기업에 대응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5장에서는 자신을 지키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략적 사고, 우울증 이전에 5가지 사고 및 행동, 블랙기업과 다투는 방법, 선별에 대응하는 방법, 일회용품 취급에 대한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개인은 블랙기업에 대응해야 하는가? 아무리 도망쳐도 블랙기업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결국 일본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젊고 능력있는 인재를 망치고, 사회에 갖가지 비용을 전가한다. 이는 결국 일본을 망하게 만든다. 7장에서는 이러한 블랙기업이 사실 일본형 고용이 초래한 문제라고도 분석하고 있다. 8장에서는 블랙기업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무엇인지 다루고 있는데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만큼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복지확충과 정부지원 등을 통해 보통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러한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며 두려웠는가. 이미 오래전부터 마치 그것이 당연한 분석인 듯 청년실업의 문제를 기업이나 사회에서 발견하지 않고 마치 개인의 능력부족과 의지부족이 모든 원인인 듯 밀어붙이고 그것을 사회적 인식 내지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현상이 더 강해지지 않았나 싶다.
블랙기업이라는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와 다를바가 전혀 없다고 본다. 범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이 하루빨리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