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디 영화 / Laapataa Ladies (Lost Ladies) 2023, Hindi
추천할 만한 영화다. 인도에 남아있는 여러 문화들과 조연 배우들의 작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더해지고 얽혀져 이야기는 의외로 가득하며 촘촘하다. 화면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고 볼거리도 좋다.
…인도 대부분의 문화인지 힌디 문화인지 알 수 없지만 인도여성들을 보면 얼굴을 다 가린 베일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슬람의 히잡과는 다른 것 같다.
이런 문화가 심한 마을에서는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 외의 다른 남자에게는 평생 얼굴을 보여주지 않도록 늘 베일을 쓰고 다니는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주인공 마을은 그보다는 조금 약해서 결혼식 전에만 보여주면 안되고 그 이후에는 어느정도 자유롭게 벗고 다녀도 되는 듯 싶…은데 또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전통 속에 신부의 집에서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있다. 사정이 있어 이틀이 지난 후에야 신랑의 집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기차에 오르자 똑같은 모습의 신혼부부들이 여럿 타 있는게 보였다. 문제는 신부들이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도 부족해 가리고 있는 베일마저 전부 다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신랑의 양복 또한 마찬가지다. 색상도 디자인도… 모든게 비슷하다못해 똑같다. 손으로 만져봐야만 품질을 통해 상대적으로 어느 양복이 더 좋은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잠에 들었다가 한밤중에 놀라 깨어난 신랑은 결국 이 똑같은 모습의 베일 때문에 헷갈리고 만다. 기차에서 다른 신부를 끌어내린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기차 안에 남아 졸지에 신랑을 잃어버리게 된 신부의 이름은 풀(Phool)로써 ‘꽃’ 이라는 뜻이였던 듯 싶다.
잃어버린 신랑의 마을 이름은 어떤 꽃 이름과 똑같았는데 신부는 그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살던 집에 돌아가 기다릴 수도 없다. 마을에서는 신랑에게 버림받아 돌아왔다고 생각할 것이고 따라서 문제있는 여성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할게 두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신랑을 찾으며 기다려야 하는데…
신부를 잃어버린 신랑도 가슴이 타들어간다.
이틀 뿐이었지만 깊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못 데려온 다른 사람의 신부가 하는 행동이 뭔가 수상하다.
…
계몽적 성격을 띤 영화이기도 하다. 종속받기를 강요받고 그것이 아름다운 운명이며 인생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게 만드는 여성에 대한 차별문화… 그런 환경에 놓인 여성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슬쩍 담기도 했고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찾아나서는 본보기도 담아 보았다. 그 과정에는 생각하기 힘든 우연이 있었고 그 우연이라는 에피소드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인도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보는 맛’도 좋았다. 모든 것이 도시화되고 있는 요즘, 오래전 기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배경을 인도영화에서 어렴풋이 찾아볼 수 있어 이 부분을 즐기기도 하는데 라파타 레이디즈에서도 역시 그랬다. 부자연스럽지 않은 내용전개 역시 좋다.
안에 들어있는 두 개의 작은 에피소드들도 좋았다.
신부가 깨어났다가 신랑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역은 ‘파틸라’ 역이었는데 이 역에 살면서 자신들만의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짧은 대화 속에서만 짐작해 볼 수 있었고 보이는 부분도 단편적이었지만 영화의 재미와 감동에 큰 몫을 해 낸다. 또 뇌물만 받는 부패한 경찰인 줄 알았던 ‘무르티’ 역 마을의 경감은 점점 더 큰 재미를 안겨준다.
확실히 감동이라는 것은 재미와 함께해야 제대로 전달되는게 맞는 것 같다. 재미 역시 감동이 있어야 남는게 있고 말이다. Laapataa Ladies 라는 이 영화는 그 균형을 잘 조절했다.
수익을 찾아보니 제작비에 비해서는 많이 벌었지만 제작비를 모르고 봤을 때의 예상에 비하면 적게 나왔다. 흥행의 정점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