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미드 추천 세 편
지난 글에서는 마피아와 갱스터가 관련된 미드를 추천했다. 이번 글에서는 카르텔 미드 세 편을 추천한다.
1.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2008~2012, 시즌5 완결)
카르텔 미드이지만 드라마적인 이야기가 중심이어서 범죄 자체보다는 흥미 위주로 볼 만하다.
화학 천재가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해 고등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전락’해 버렸다. 항상 돈이 궁한 상황인데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신이 죽고 난 후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큰 돈을 남겨야 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보니 그때부터 감추어 두었던 분노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천재성을 최고 순도의 마약을 만들어내는데 이용해 입지적 인물이 된 하이젠버그(가명). 소재도 흥미롭지만 이야기의 시작도 재미있다. 하지만 카르텔물이라기보다는 소프트한 드라마 쪽에 많이 치우쳤다.
촬영 중간에 미국에서 작가 파업이 있어서 에피소드도 급하게 마무리한 시즌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미국의 갱스터 드라마인 ‘와이어’와 작품성에서 비교가 된다. 와이어는 잘 짜여진 완벽한 각본이었던 반면, 브레이킹 배드는 하나의 거대한 틀이 있기는 하지만 안의 구성은 상황에 따라 조절해 버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고 그 정도가 심했다. 와이어는… 너무 독보적이어서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흥미와 재미’ 로만 보면 브레이킹 배드가 훨씬 더 대중적이다.
시즌이 거듭될 수록 매번 뭔가 새롭거나 나은 것을 시도하려는 것도 보였다. 말보다는 화면만으로 더 대단한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나 이전과는 다른 화면미 등 특히 시즌2와 시즌3에서 그런 시도가 많았다. 그런데 에피소드들마다 다 똑같은 게 아니어서 들쑥날쑥이었다. 마치 여러 사람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맡았는데 누구는 약속된 룰대로만 하려고 하고 누구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하는… 그런 일관되지 못한 약간의 난잡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재미있게 흘러갔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시즌4와 시즌5의 마지막으로 갈 수록 그런 시도들은 어떤 하나로 모아졌고 꽤 볼만하게 흘러갔다.
무엇보다 ‘하이젠버그’의 연기는… 사실 이 영화의 백미였고 스토리를 넘어선 강한 힘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 몰입감이 가장 절정에 다다랐던 장면은 자신의 능력으로 엄청난 부를 가지게 된 회사에서 정작 본인은 아무 소득없이 쫓겨난 꼴이 된 것에 대한 분노, (본인이 선택을 했다고는 하나) 마약제조를 하게 되며 결국 모든게 망가져 버린 자신과 가족의 삶에 대한 분노, 이 모든 것이 담긴 F로 시작하는 욕을 하는 장면이었다. 백미 중에 백미였고 이 드라마의 시작과 예정된 결말 모두를 보여주는 명장면이기도 했다.
스토리의 힘이 큰 드라마여서 일단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하이젠버그의 감정선에 그대로 몰입해 보기 위해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오히려 처음 볼 때보다 더 멋진 무언가를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아내가 다소 짜증나는 부분을 담당했지만 두 번째 볼 때는 모든게 이해가 되고 짜증나던 일이 거의 없었다. 제시가 발암역할이었다면 그렇지, 이 드라마에서 딱히 제시만큼 더 이야기를 망치려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카르텔은 그저 배경일 뿐이지만, 어찌되었든 카르텔과 관련된 이야기이고 두 번까지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므로 이것도 추천목록에 넣었다.
2. 나르코스 (넷플릭스 자체제작 카르텔 미드)
콜롬비아와 멕시코 카르텔의 마약왕을 다룬 다큐 같은 드라마
시즌마다 다루는 카르텔의 주요 인물이 다르고 재미도 다르다.
# 나르코스 트레일러: 이 시리즈의 최고봉은 멕시코편이다.
시즌1과 시즌2는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대해 다룬다.
밀매로 시작한 그가 어떻게 전 세계 최고의 마약왕이 되었는지, 어떻게 몰락했고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다큐 쪽의 비중이 높아 설명이 많은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래도 이만큼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영상이 없어 볼만했다. 배우들도 잘 선택했다.
재미보다는 알아가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범죄 쪽에서도 입지적인 인물은 역시 기업가적인 창의적인 발상과 대담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던 드라마다.
시즌3는 파블로의 죽음 이후를 다룬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메데인 카르텔이 미국의 감시망 1순위에 올라있을때 뒤에서 조용히 세를 확장하고 있던 칼리의 신사들이라는 칼리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다. 시작 부분은 잘 다루지 않았고 성장과 몰락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나르코스는 멕시코편이 진국이다.
유명도로 따지면 시즌1과 2의 파블로 에스코바르 편이 으뜸이겠지만 위기를 절대적인 기회로 만들어 버리고 진정한 기업가적 마인드에 카르텔답게 목숨을 걸고 그의 끝없는 야망을 펼쳐갔던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에 관한 이야기인 멕시코편이 최고였다. 이 편은 시작부터 주의깊게 봐야 한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운 기회를 바라보는 미겔의 안목 등, 꽤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엘 차포 (El Chapo, 넷플릭스자체 제작, 시즌3 완결)
엘 차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호아킨 구스만에 관한 다른 지역의 카르텔 미드로 역시 볼만하다.
앞에 설명한 나르코스 멕시코편에서 ‘미겔’이 멕시코 최초의 전국 카르텔을 만들어 냈을 때 그 아래 조직에서 활동하며 최초로 미국과의 국경선에 땅굴을 만들어 육로를 통해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범죄에서는 입지적 인물로 그의 몰락까지를 다루었다. El Chapo는 멕시코 속어로 ‘작고 땅딸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볼만한 이유는 ‘많은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파블로 에스코바르나 엘 차포와 같은 악명높은 범죄자에 관한 ‘영화’는 정말 많이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화는 보통 90분 안팎이었고 요즘에서야 120분 안팎으로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다. 단편인 영화답게 특정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그 인물에 대해 지극히 단편만을 담을 수 밖에 없는데다가 그것도 영화적 재미를 위해 상당수 손을 봐야 하는 불완전함이 크다.
그러나 드라마는 시간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따라서 분량만 된다면 필요한 정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엘 차포와 이전의 나르코스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것도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p.s. 마피아, 갱스터 미드는 아래 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