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면으로 이사왔는데 이건 뭐… 맨날 가는 곳이 이천 버스 터미널이고 결국은 시내라고 불리는 곳이다. 경기도 이천… 논밭과 도시화가 섞여 있고 주거지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산을 깎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곳도 있고 뭔가 여기저기 많이 세워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여전히 성장하는 도시에 속하는 것 같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이천시 인구는 22~23만 정도인가보다.
인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모여 사는 곳이 떨어져 있어서인지 ‘시내’라는 곳이 있다. 이천 시내에는 관고 시장이 있고 그다지 큰 곳은 아니다. 서울의 번화가로 치면 서너개 골목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골목골목을 다녀보면 시장에서 들리던 외국어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보인다. KFC는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다. 버거킹과 롯데리아는 있고 맥도날드도 있을 것 같은데 못 봤다.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물가는 비싼 편이다. 식당 물가도 비싸다. 오히려 서울이 저렴한 곳이 많은 것 같다. 야채 같은 것도 서울이 더 저렴한 편이었다.
그나마 괜찮은 곳은 관고시장 내에 있는 꽈배기 집이다. 3개에 2천원, 그리고 다른 튀긴 빵들도 같이 파는데 이곳만 가격이 괜찮은 것 같다.
아침에 생맥주와 치킨을 먹을 곳이 한 군데 있어 이 점은 좋다. 시장에 있는 삼미분식은 아침 7시 정도에 연다고 하는데 아침 9시 전에 가면 닭날개 튀김만 있고 닭다리 튀김은 보이지 않는다. 아침 10시 정도에 가보면 닭다리 튀김들이 잔뜩 올라와 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에 튀기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막걸리도 팔고 ‘생맥주’도 판다. 얼음이 있는 잔에 생맥주를 4천원에 마실 수 있기 때문에 1,500원짜리 닭다리 튀김 몇 개와 4,000원짜리 생맥주 한 잔을 시키면 아침이나 아점(아침과 점심)으로도 괜찮다. 근처에 순대국과 해장국집이 은근히 많아서 다른 것을 먹어도 되지만 가격이 다 올라 비싸게 느껴진다.
2023년 1월 23일인 오늘 아침에는 삼미분식 중에(같은 상점인데 신고를 두 개로 한 것인지 두 군데로 나누어 있다.) 안에 들어가 먹을 수 있는 곳이 문을 닫았다. 미성년자가 위조한 신분증으로 술을 마셨는데 그네들은 훈방되고 가게만 영업정지를 당한 것인지, 그런 내용의 글이 적혀 있고 문이 닫혀 있었다. 이곳에서 아무것도 없이 막걸리만 마시고 가는 할아버지도 있고 혼자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잠시 머물며 간단한 요깃거리와 함께 쉬기도 하고 기운도 좀 내고 다시 일어나는 곳인데 안타깝다. 얼마전 새 아르바이트(?) 직원이 온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 분도 일을 못하게 되지 않았으려나? 안타깝다. 아주 맛있는 곳은 아니고 그냥 분식집이다. 먹고 가기 좋고 생맥주를 아침부터 튀김류와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옆 골목에는 넘버원 순대국이 있다. 얼마전까지 병맥주가 4천원(아마도)으로 다른 업장이 5천원에 파는게 대부분인 것에 비해 괜찮다 생각했는데 어느새인가 병맥주도 5천원으로 올린 것 같다. 안타깝다. 그래도 뼈해장국이 9천원이어서 14,000원이면 뼈해장국에 맥주 한 병이 해결되는 셈이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먹을 만한 곳이 하나 비워지는 것 같아 그게 안타깝다. 이 집은 뼈가 푹 삶아져서 좋다. 대부분 그렇게 나오지만 어떤 곳은 덜 삶아져서 고기를 먹기가 힘든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시장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도보 반경 15분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cgv 극장도 있고 몇 개의 일식집도 있고 버거킹도 있고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있을 건 다 있는 것처럼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뭔가 너무 적게 느껴진다. 일단 사람은 많고 봐야 하는 것 같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한적한 느낌이었다.
2일과 7일에는 시장에 장이 선다. 장이 선다고 해서 두 번 들러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장이라던가, 뭔가 떠들썩한 느낌의 장은 아니었다. 그냥 뭔가 많지 않다. 별로 없다.
버스는 불편하다. 잘 안 오는 버스도 있다. 잘못 움직이면 외지의 느낌에 허허벌판 같은 곳이 나오는데 지난 번에는 어떤 농협(?) 지점이었나… 근처에서 삼십여분을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많은 시내 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할 곳으로 갔다.
높지 않은 산들이 이어져 있다. 설봉공원 지나서였나, 차를 타고 계속 가다가 내려서 이쪽 동네도 돌아다녀봤는데 이때 봤다. 무슨 아파트가 이 산 중 한 부분을 밀어버리고 들어선 것 같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고라니가 자주 보인다.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소리가 나서 쳐다보면 십여미터 앞의 인도와 산길 사이에 있던 고라니가 나를 보고 도망치곤 한다. 산에 딱 한 번 올라가봤는데 올라가자마자 길 없는 산비탈에서 고라니를 보았다. 3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피해더니 사라졌다.
전원 주택 단지 같은 곳도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이도저도 아니다. 아파트들이 근처에 있고 전원 아닌 전원에 전원 주택 단지들이 있다. 게다가 또 근처에 뭔가 계속 지어진다. 좋게 생각하면 땅값은 오를 수 있을테니 팔고 나갈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전원주택이라는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뭔가 불쾌한 경험들이 이어질 것 같다. 아무리봐도 이건 그냥 약간 외진곳에 있어서 불편하기만 한 주택들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땅값을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도서관들이 있는데 책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 않다. 종류가 많지 않은 것일까? 내가 찾는 책들이 서울에서는 많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없는게 여럿 있었다.
서울에서 거리 상으로는 멀지 않은 곳인데 버스로 2~3시간이나 걸렸다. 갈아타는 것도 그렇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아파트도 많고 사람 많은 곳도 있는데 교통은 참… 버스편이 너무 적어 불편하다.
제설은 잘 안되는 곳에 있었고 그런 길만 다녔는지 제대로 안 된 곳이 많았다. 눈 내리고 난 후 이틀이 지난 후에도 ‘인도에서!’ 미끄러 넘어졌다. 조심했는데도 그렇다. 사람도 적고 행정도 뭔가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은 걸까, 모르겠다.
공기는 좋은 것 같다.
안개가 많이 낀다. 아침에 잠시 나갔다 들어왔더니 안개에 머리가 젖어 있던 날도 있었다.
높지 않아 정상까지 10분이면 올라가는 낮은 산들이 이어지듯 붙어 있고 가까이 있어 이것도 좋다. 산을 넘고 넘어 지름길처럼 가로질러 갈 수도 있고 봄과 여름, 가을에는 뭔가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부엉이인지 뭔지도 운다. 날짐승인지 뭔가 지붕에 던져버리는 짐승도 있었는데 물고 가다 떨어뜨린 것 같다. 그 소리가 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