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구피 키우기 / 청계천에서 모두 합쳐 5만원에 어항 세트를 구입하다.
구피라는 물고기 세 마리를 받았다.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물고기의 마지막이 생각났다. 못 키우겠다 싶었는데 아무곳에나 흘러갈 것 같은 분위기여서 물고기가 불쌍해 받고 말았다.
데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들이 태어났다. 엊그제 데려왔던 구피 중 한 마리는 죽었다. 물고기는 죽고나면 어디에 묻어야 할까? 물고기지만 땅에 묻었다. 햇볕 잘 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조용히 흘러가는 곳이었다.
구피 키우기와 관련해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긴다.
(1) 청계천에서 어항 구입
준비 없는 상태에서 받았기에 대야 같은 큰 그릇에 넣었다. 세 마리 뿐이라 괜찮아 보였지만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좁고 둥근 공간에서 뱅글뱅글 도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어항에 넣어 키우는 것도 싫어한다. 최대한 넓은 곳에, 정말 넓은 곳에 키우는게 아니라면 자연 속에 살아가게 하고 싶다. 그래서 물고기는 키우고 싶지 않다. 어항에 수초와 이끼를 키우고는 싶지만 물고기와 같은 활동범위가 넓은 생명은 싫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잘 살려봐야겠다 싶었다.
인터넷에서 저렴한 어항을 검색했는데 크기나 마감, 내구성 같은게 감이 오지 않았다. 저 세마리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직접 보고 가져와야겠다 싶었다.
청계천이 검색되었다. 오래전부터 애완동물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나보다.
가격도 미리 알아본 후에 적당한 돈을 준비해 가려고 했는데 가격을 명시한 곳은 없었다. 뭔가 가르쳐줄 것처럼 해 놓고는 끝까지 가격을 적지 않은 사기꾼 같은 낚시 글들이 난무했다.
지하철 6호선의 동묘역에서 내렸다. 청계천 방향으로 3~4분 정도 걸어가자 청계천이 보였다. 맞닿는 좌우로 애완동물과 관련된 가게들이 있었다. 왼쪽은 도로를 건너야해서 그대로 오른쪽 길로 걸었다.
어항은 의외로 저렴했다. 10,000원과 15,000원짜리도 있었지만 작고 약해 보였다. 20,000원짜리도 뭔가 그랬다. 30,000원짜리도 크지는 않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기에 괜찮을 지 가게에 물었다.
(2) 5만원 짜리 세팅
처음이라고 하자 가게에서 저렴하게 세팅해 주었다. 나중에 가서 더 큰 것으로 교환하거나 하더라도 일단은 이것으로 시작해 뭐가뭔지 배우는것도 좋을 것 같았다.
# 어항
30,000~35,000원이었는데 기억나지 않음.
# 여과기
9,000원 정도. 약간 작은게 6~7,000원이었지만 가게에서는 9,000원짜리가 좋다고 했고 보기에도 차이가 나서 좋다는 것으로 구입함.
(위 사진의 오른쪽 검은 색 부분)
# 작은 돌들
사진에서 바닥에 보이는 희고 갈색의 작은 돌들.
나중에 이마트에서 5천원어치를 구입했는데 어항 청소를 하면서 청계천에서 가져온 돌의 양과 비교해보니 이마트의 것보다 많았음. 따라서 5,000원으로 잡아봄.
# 인공수초
청계천에서 인공 수초 몇 개를 넣어줌.
(순전히 보는 사람을 위한 것 같고 물고기는 역시 진짜 수초를 좋아할 것 같아 인터넷에서 진짜를 구입해 넣었음.)
…
이렇게 네 가지를 다 합쳐 50,000원에 맞춰주었다. 어항 안을 꾸미는 법도 몰라서 간단하게 세팅 좀 해 달라고 했더니 위와 같이 대충 모양을 잡아주었다.
특이한 건 바닥의 돌들이 뒤로 갈 수록 경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어항이나 수조라는게 관상용의 목적이 커서 그런 듯 싶다. 다른 어항들도 이런 식으로 높이를 잡은게 대부분이었다.
…
다음 글은 여과기와 히터기, 온도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