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적은 두 개의 글 다음에 적는 마지막 해외여행 관련 글…
해외여행을 배낭여행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나이많은 사람들이 없는건 아닌데 대부분 일과 가정에 매여 있다보니 그런 시간을 갖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많은 사람들을 배낭여행중에 만나게 되면 대부분 프로인 분들이 많았다.
나와 비슷한 여정을 그려온 분이었는데 의미가 남달랐다. 같은 길, 같은 사람들, 같은 자연을 지나왔는데 나와 너무도 다른 것들을 느끼고 있었다. 이분과 함께 차를 마시며 내가 온 그 곳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 분을 통해 들으니 전혀 다른 여행이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건 대학생때였다. 어린것도 많은것도 아닌, 왠지 딱 그때 해 볼만한 시기였던것 같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너무 어렸기에 첫 해외여행에서 남은 것은 그저 신기함 뿐이었던것 같다. 두번째, 세번째.. 머리가 굵어지고 ‘나만의 생각’이 어떤 줄기를 이루기 시작했을 때부터야 비로소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의 방향과 즐거움도 점점 깊어졌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도 아니다. 젊을 수록, 해외배낭여행을 떠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위험한 곳도 아무렇지 않게 다니게 된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있는 곳도 아니다. 사람 하나반 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의 한쪽은 낭떠러지인 곳이다. 그런 길임에도, 객기를 부렸던 것도 아닌데도, 저 사람이 쉽게 다니니까 나도 갈 수 있겠다 싶어 따라갔다.
한시간을 걸어야 했던 낭떠러지 길, 오고가는 길에 사진도 찍고 그 주민과 함께 (말이 통하지도 않음에도) 괜히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나중에 그 사진을 보니 오싹했다. 내가 미쳤구나. 싶었다.
친절을 베푼 현지인을 만났다. 영어를 잘했다. 전직 군인이라고 소개를 해 줬다. 내가 갈 목적지를 물어보고 동행해서 도와 주겠다고도 했다. 너무도 친절해 미안함이 앞섰다. 그런데 이게 다 그놈들이 노린 것이다. 결국 얘네들한테 사람하나없는 곳까지 인도되었다가 이러쿵저러쿵해서 나온 적이 있다. 다행인것은 얘네들이 강도는 아니고 그냥 겁을 주어 돈을 더 받으려고 했다는 것뿐이라는 것.
물에 들어갔다. 태어나 처음 해 보는 스노컬링이라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그런 단어가 있는줄도 몰랐다. 수영도 못하는데 스노컬링은 오기로 하니 되었다. 겁을 버리고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옆에 아랍인 주민 한명 세워두고 내가 손을 올리면 나 좀 꺼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십여분 휘젓고 다니니 쉽게 적응이 되었다. 수영과 전혀 달랐다. 그냥 쉬웠다. 물속에서 만난 물고기 중에 건드리면 위험한 물고기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그게 뭔지 몰라 손을 가까이 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이쁜 짐승도 만났다. 쉬고 있는데 우리에게 다가와 구경을 했다. 먹는 냄새가 났나 보다. 만져보려고 했는데 만지지 말란다. 광견병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물 속에서도 색이 화려한 물고기를 만났다. 건드렸다면 물 속에서 쇼크로 죽었을지도 모를 물고기였지만 그때는 몰랐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기에 다행이었다.
다른 마을로 이동하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은 곳도 있었다. 마을주민들 전체가 외지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거나 강 도, 강간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었던거 같다. 총든 군인들에게 이끌려 다른 마을로 이동해야 했다.
배낭여행으로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관광지를 벗어난 곳에서야 비로소 현지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것 같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성품인지, 어떤 성격인지,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을 하는것 같다. 마을주민들의 초대를 받기도 한다. 물론 여기 에 위험이 있을수도 있기에 늘 안전한 범위에서만 행동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아무리 친절이 의심되지 않는다해도 사양했다.
이십대의 여행은 볼거리가 목적이었다. 도시, 건물, 관광지… 자연이 멋들어진 곳이라면 자연. 나이를 먹으며 여행의 목적 은 자연으로 많이 옮겨졌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가끔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 배낭여행에 대해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들만 하는 책이나 티비, 사람들을 보곤 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험한 일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위험한 곳을 다니지는 않았다. 한국인이 없으면 일본인이라도 다녀본 길이었다. 그럼에도 납치, 강도의 위험 을 겪었다. 여자라면,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자연은 조심하면 어느정도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사 람은… 일단 타겟이라도 되면 벗어나기 힘든것 같다.
무엇이든 안전하게 다녔으면 싶다. 낯선자의 친절은 반드시 경계하는게 좋다. 친절을 받아들이더라도 안전한 선에서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 사람에게 실례가 되고 미안할지라도 그래야 한다. 나도 미안한 적이 몇 번 있긴 하지만 다른 경험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그게 나았다. 여행을 다녀오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다. 좋은 것도 나쁜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