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 로버트 냅
프롤로그부터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좋았다. 번역도 잘 된 덕이지만 정말 좋은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부분을 그대로 적어보겠다.
‘… 이제부터 나는 보이지 않는 로마인들을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소개할 것이다.
더러는 같은 집단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평민 남자와 군인, 혹은 평민 여자와 매춘부는 같은 장에서 다루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다른 장으로 나눈 이유는 가능하면 이들 각각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생각과 인생관을 가지고 살았을까?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했고 어떤 희망을 품었을까?
나는 그러한 그들 개개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미국의 고대사가 데이비트 포터는 ‘증거든 해석이든 결국 주 관적인 선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사 혹은 역사 연구란 있을 수 없다.’ 라고 했다. 이 책에서 나 역시 주관적인 선택과 가치판단을 통해 서로 다른 색깔의 실들을 엮어 고대 로마의 보통 사람들이 살았을 삶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 보고자 했다.
거대한 제국에서 외면당해온 대다수의 삶을 흥미롭게 설명하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작업이었다. 바라건대 독자 여러분도 보이지 않는 로마인들이 마침내 살아 있는 존재로 눈앞에 떠오르는 매혹적인 순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을 읽는데 머릿속에 장면들이 마구 그려졌다. 살아있는 로마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로마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각 계층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역사는 주로 지배층의 이야기를 다루어왔고 그렇기에 99%가 넘는 일반 평민들의 삶은 유추를 하는 정도에 그쳐야 했다고 한다. 게다가 로마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어느하나 이런 계층에 촛점을 맞추어 서술되지는 않았나보다.
이 책은 그래서 설레이는 책이다. 평민남자, 평민여자, 빈민, 노예, 검투사, 매춘부 등 로마제국의 99.5%를 차지했 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