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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산 구릉 가의 산딸기들

산구릉이라는 말이 맞나 모르겠다. 이천의 1/3~2/3 정도 되는 지역을 다녀본 것 같은데 낮은 산들이 연결되어 있고 산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낮아서 걸어서 10분이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그런 ‘산’들이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기에 ‘구릉’을 써서 산구릉이라고 표현했다.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산구릉 주변에는 작더라도 도로가 붙어 있는 곳이 많은데 장소마다 특색이 있었다.

어떤 곳은 야생화가 가득했고 외국산 꽃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곳은 산딸기가 가득했다.

만약 시골이었다면 주변 특성상, 시나 군에서 농약을 칠 일도 없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와서 굳이 힘들게 돈까지 써 가며 약을 칠 이유도 없기에 이렇게 맛있게 생긴 산딸기를 그냥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종이컵 하나와 물휴지를 두어장 준비해와서 띄엄띄엄 산딸기를 따서 종이컵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계속 걷다가 쉴 곳에 앉아 산딸기를 먹으며 바람을 느끼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옆에는 도로가 있고 공사장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 왠지 누군가 약을 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딸기들이 하나같이 탐스럽게 익었다. 아무도 안 따가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보기에는 좋았다.

 

‘구릉’이라는 말이 정확한지 모르는 것처럼 ‘산딸기’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뱀딸기’라고 불렀는데 근처에서 뱀을 종종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끼리 그렇게 불렀다거나 아니면 어른들이 그렇게 불러서 그대로 따라했던 것 같다.

그때는 뱀딸기도 따 먹고 까마죽이라고 해서 블루베리보다 더 작게 생긴, 까만 열매도 따 먹고 다녔다.

그러다 논두렁 길로 몰려가 물이 고이는 곳을 찾아 미꾸라지와 같은 생선들을 잡기 위한 도구들을 만들어 잡고 놀며 지냈다.

물속에 들어가 있는 친구는 어김없이 시간마다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는데 그럴때마다 다리에 붙어 피를 빵빵하게 빨아먹은 거머리를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는 잔인했다.

그냥 먼 곳에 놔 주면 되는데 그걸 또 잡아다가 불에 지지기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 죽이기도 했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무척 후회되는 기억이다.

어렸을 때는 스님들이, 또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곤충이나 벌레들을 죽이지 않고 한 마리라도 소중히 다루며 밖에 놔주거나 안전한 곳에 옮겨주곤 했는데 그때는 가슴으로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그런 행동을 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분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공자의 말 중에 군자는 행위로서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했던가? 비슷한 말이 있던 것 같은데 어른들의 행동은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말보다 더 큰 무언가를 느끼게 해 주었다.

가령 어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한다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데 착한 행동을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그 분들에 대한 착한 마음이 생겼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는 왜 그분들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단지 내게 잘해주는 것만으로는 생길 수도 없고 채워지지도 않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가끔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 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꼬마 앞에서도, 선행을 하곤 한다. 뭔가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물론 나중의 언젠가이겠지만.

이천의 물가는 전혀 저렴하지 않다. 그래도 요즘에는 농산물의 가격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게 느껴진다. 양배추가 2천원대로 내려온 건(비롯 햇양배추라고 이름붙여서 무척 작은 놈이었긴 하지만) 올해 들어 처음 봤다. 서울에는 군데군데 저렴한 마트가 있어서 자주 보였는데 물가 탓을 떠나서, 이천의 농산물은 서울보다 비싼 편이었기에 양배추와 자두와 같은 야채와 과일들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보니 이제 여름이 오긴 왔구나 싶다.

일하는게 굉장히 힘들다. 너무 덥다. 숨도 안 쉬어지고 물을 마시고 싶은데 너무 더운 날은 물도 안 들어간다. 이러다 쓰러질 것 같다 생각이 들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니 멈출 수가 없다.

새벽과 아침에 일을 시작해 집에 ‘무사히’ 돌아오면 몸무게가 2~4킬로그람이 줄어있었다. 수분이 확 줄어들고 힘은 쓰니까 혈관 속 피가 걸쭉해져서 이러다 머리속 피가 막혀 뇌경색이 일어나는건 아닌가 싶어 무서워질 때도 있다. 그래서 물을 최대한, 싫어도 마시면서 다닌다.

어렸을 때는 공부 못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했는데 아무도 가족이라는 것의, 뒤치닥해가며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써의 ‘예외’는 말해주지 않았다. 뭘 해도 내게는 편안한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 뒤치닥거리만 하다 살다보니 몸도 많이 망가졌다. 갑자기 또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얼음물이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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