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이 들려주는 일상의 와인 이야기 보통날의 와인 / 박찬일
비싸거나 좋다고 하는 와인들은 도통 맛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 안팎하는 와인 중에서는 이거다! 라 는 와인이 있었기에 남들이 뭐라하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와인 위주로 마신다. 아무리 좋아도 내가 못 느끼면 헛돈 쓴 셈이기도 하다. 화이트 와인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 우리 나라에서는 화이트와인이 천대받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맛있다’ 라는 생각이 드는건 화이트와인 뿐이었다.
와인과 관련된 카탈로그도 훑어보았고 전문서적도 뒤적여 보면서 그 중 일부는 직접 맛을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 맛을 모르는 탓인가, 독일 맥주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뭔가 와닿는 그런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책들도 멀리 하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나 하나둘 마셔보는게 전부였는데 우연히 이 책을 발견… 살짝 훑어보니 기존의 책과는 뭔가 다른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와인 스캔들’의 개정판으로 제목을 ‘보통날의 와인’으로 바꾸어 잡은것 같은데 내용상 더 나은 제목같다. 이 책은 와인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전문가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흔들고 냄새맡고 마시고… 이런게 와인 마시는 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뿐더러 때에 따라 오히려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는 점과 그 이유를 이야기해준다.
와인잔의 길다란 부분을 손가락으로 위태롭게 잡고 마시는 법 역시 쓸데없는 형식에 치우친 것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한마디로 와인을 주로 마시는 고장에서는 실제 어떻게 마시는지, 우리에게는 물이나 음료와 같은 와인 마시는 법에 대해 제목 그대로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을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떤 와인이 좋고 어떤 음식과 조화로울 수 있는지 전문적인 지식도 들려주고 좋은 와인은 어떻게 고르는게 좋은지, 레드 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특징은 어떠하며 따라서 언제 어떻게 마시는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전문가적인 지식을 들려준다. 설명도 쉽다. 내용도 어렵지 않게 적당한 양과 수준으로 적어주기 때문에 ‘이런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쓸데없는 가식은 집어치우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와인은 집어치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갈 수 있는 법에 대해 조언을 해 주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저자도 와인 쪽으로는 전문가인만큼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와인과 음식에 대해 언급은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로만 해도 충분할 듯 싶다.
반면 이 책을 통해 와인들을 자세하게 분류하고 드라이한 와인에는 어떤것들이 있는지 그 목록과 종류들을 주욱 훑어본다거나 하는식의 내용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몇 가지 종류에 한정하여 언급하고 있을 뿐이고 이 책은 그런 카탈로그식의 책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일상의 와인 이야기, 보통날의 와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s. ‘화이트와인에는 유독 미네랄이 많다. 마그네슘과 칼슘의 함유량이 월등하다. 우유 섭취량이 미국보다 훨씬 적은데도 골다공증이 적은 것은 이 같은 화이트와인 섭취와 깊은 연관이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적정량 유지되도록 돕는 것도 화이트와인의 역할이다(p207)’
이밖에도 화이트와인에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유발 물질이 레드와인보다 많다고 한다. 레드와인보다 화이트와인 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반가운 정보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