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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 절에서는 왜 새벽3시에 일어날까?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아이들은 ‘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툭하면 ‘왜요?’ 라고 묻는다. 대부분 대답해 줄 수 있는 쉽거나 별 의미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어른들도 속으로 ‘그러게, 왜 그럴까?’ 라고 생각하는 질문들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보아오던 것들이고 마치 그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것들인데 생각해보니 본인도 이유를 모르고 있다.

어른들도 ‘왜’라고 묻는 때가 있다. 먹고 사는 것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무언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관심은 곧 그것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당연시 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그 이유를 살펴나가기 시작한다. 어린아이들처럼 쉬워 보이는 ‘왜’에서부터 어른들이기에 가능한 ‘왜’까지, 범위는 넓다. 이 책은 불교와 관련된 그런 어른들의 ‘왜’와 관련된 책이다.

예를 들어,

스님들은 왜 삭발을 할까?

 

스님들의 삭발은 분별 망상을 끊고 최상의 깨달음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진 전통이라고 한다.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하고 왕궁을 빠져나오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이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냥꾼과 옷을 바꿔 입은 일이었다. 결국 삭발이란 수행자로서의 첫걸음이기도 한 것이다.

스님들은 통상적으로 한달에 두 번 삭발한다. 보통 음력 14일이나 29일에 행한다. 삭발은 포살(布薩)과 관련이 있다. 포살은 대중이 모여서 각자가 지난 15일 동안을 돌아보고 허물이 있었으면 참회하는 의식이다. 포살하는 날은 공식적으로 목욕하는 날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의 때를 씻고 머리를 깨긋하게 밀면서 결연히 또 다른 보름을 시작한다.

이러한 삭발은 불교만의 전통이기도 하다. 불교가 형성될 즈음 인도의 주류 종교였던 브라만교의 성직자들은 머리를 길렀다.

또 삭발은 과거부터 죄인이나 천한 신분을 나타내는 표식이기도 했는데 부처님은 아마도 여기에서 삭발을 수행자의 상징으로 착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고질적인 신분제인 카스트를 부정하면서 출발한 불교는 만인의 절대적인 평등을 지향한다. 삭발은, 항거다.

 

이번에는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4시라면 왠지 이해가 갈 것 같은데 3시는 너무 이르다. 왜 그럴까?

 

사찰의 하루는 새벽 3시부터다. 불교를 만든 부처님도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새벽 3시는 아니었다. 아함경을 비롯한 초기 불교 경전에 따르면 동틀 무렵에 기상해 명상과 산책을 한 뒤 탁발을 나가면서 아침을 보냈다고 한다.

따라서 동틀 무렵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오전 5시쯤일 것이다. 또 대당 서역기를 통해 생각해 보면 당시 인도에서 1시의 길이는 3시간이었으므로 부처님은 아침 6시에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농경사회의 흔적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의 역법이나 도교의 양생술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의 역법 중 주역에서는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고 사람은 인시(새벽3~5시)에 생긴다고 하였다. 모든 만물이 깨어나고 우주의 기운이 가장 맑은 시간대가 인시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도교의 인시 수련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오래오래 잘 살자는 양생술 개발에서 도사들이 인시에 일어나 묘시에 변을 보고, 진시에 밥을 먹고, 사시에 일을 시작하면 건강에 좋다며 이를 실천하고 권장했다고 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고향 인도에는 왜 불교가 없을까?

 

알다시피 인도는 부처님의 본거지이자 불교의 시원이다. 기원전 3세기 인도 전역을 통일하고 불교를 국교로 지정한 아쇼카 왕의 치세가 불교의 극성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독자적인 교단도 스님도 신도도 없다. 국민의 절대다수는 힌두교 신자다. 공식적으로는 13세기 이슬람의 침공으로 인해 불교가 멸망했다고 본다. 근본주의와 폭력성으로 무장한 무슬림의 난동에 비폭력을 지향하는 불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는게 정설이다.

그러나 인도 제2대 대통령 철학자 라다 크리슈난은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근본원인은 당시에 유행하던 힌두교의 여러 종파들과 불교 사이에 어떠한 차이점도 찾을 수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힌두교는 국민 개개인이 각자 다른 신을 숭배한다고 할 만큼 다신교적 특성을 띤다. 부처님도 허다한 신들 가운데 하나로 도태됐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위와 같이 불교와 관련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질문들이 가득하다. 목사는 목사인데 왜 스님은 스님인지, 사리는 왜 생기는지, 달마가 무섭게 생긴 까닭은 무엇인지, 절이라는 명칭은 어디서 유래했는지, 부처님 머리는 곱슬인가,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랬는지, 부처님은 언제부터 부처님으로 불리우게 되었는지 등이 그것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가십처럼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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