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밀 영화 / 나두카베리의 카말리 (Kamali From Nadukkaveri, 2021, Tamil)
매일같이 대문 앞에 좋은 문장을 적어놓는 할아버지가 있다. 내용은 대부분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에 대한 것이었다.
‘성취자들은 평범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비범하다.’
‘실수한 적 없는 사람은 노력한 적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여학생이 계속 장난을 쳤다. 단어 몇 개를 바꿔서 우스꽝스러운 문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도망가기를 반복했다. 할아버지가 그런 문장을 자신의 노트가 아니라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밖에 써 놓은 이유는 아무래도 모두가 같이 꿈을 꾸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가 아닐까도 싶은데 그걸 계속 망쳤다. 한두번도 아니니 화를 안 낼래야 안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는 작정하고 범인을 잡겠다고 기다렸다가 그 여학생을 찾기는 했는데, 재빨리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는 바람에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교복을 봤고 얼굴도 봤으니 학교에 찾아가 범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 학생은 기지를 발휘해 빠져나간다.
얄밉다.
그러나 분위기는 그렇게 얄미운게 아니다.
이 여학생 ‘카말리’의 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 학교를 마치고 결혼까지 시키면 그것으로 부모의 책임은 끝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카말리는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대신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티비에서 운명적인 만남(이라기 보다는 짝사랑)을 갖는다.
12학년 전국 1등인 ‘아슈윈’이라는 남자의 인터뷰였는데 첫 눈에 반해버렸다.
아슈윈은 말한다.
‘마드라스 IIT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때부터 카말리에게는 꿈이 생긴다. 마드라스 IIT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 아슈윈과 사랑하고 결혼하겠다는 것!
그러나 IIT(인도 공과대학)가 어떤 곳인가. 모든 인도 학생들의 꿈인 곳이다. IIT에만 들어가면 인생이 피고 1등 신랑감이 된다. 그래서 IIT를 위한 유명한 사립학원이 따로 존재하고도 있다.
영화 속 대사인데 통계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니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만 생각하자.
1천만 명 중 115만명이 JEE(IIT 시험) 입학시험에 응시해.
그 중 10%인 15만명만이 합격 후 입학시험 자격을 얻지.
또 그 중 10%인 1만명만이 IIT 합격해.
그 중에서도 10%인 1천명만이 여러 IIT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IIT 중 한 곳을 골라 갈 수 있어.
다시 말해 ‘카말리’가 아슈윈과 같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1천만명 중에 1천 등 안에 들어야 한다.
자신감을 불어넣는 노래가 흥겨운 음률과 함께 연주된다.
‘꿈을 가져라
자신을 믿어라
열심히 하면
운명이 바뀌고 꿈이 실현된다.’
여자는 졸업하고 결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이지만 카말리의 가족 모두는 그녀의 행복을 원한다. 그래서 카말리가 IIT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을 때 모두가 돕기로 한다.
카말리는 IIT에 들어가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 그러다 결국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카말리에게 정확한 목적과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신께서 널 포기하시더라도 의지로 승리하라.’
…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 동생을 사랑하는 오빠의 츤데레 같은 사랑 표현도 좋았다. IIT 교수였던 ‘아리부다이 남비’ 박사의 교육방법이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카말리가 너무 똑똑하게 나온 것은 약간 좀… 뭐랄까… 영화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조금만 덜 똑똑했으면 오히려 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점이 아쉬웠다. 또 사랑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인생이 뭔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도 가벼웠다. 그러나 그 과정은 유쾌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는 나도 한 번 공부나 기술이나 뭔가를 다시 시작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어야 되는데 카말리가 이미 너무 똑똑한 상태에서, 그리고 뭔가 간절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쉽게쉽게 이루어 나가는 모습이 나와서 그런 동기부여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로맨스와 코미디, 이 두 가지 포인트를 놓고 가볍게 즐기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