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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원두 볶는 방법 / 프라이팬으로 집에서 생원두 볶아 커피 만들기

집에서 웍이나 프라이팬(후라이팬)으로 생원두 볶기 / 커피 볶는 방법 메모

신 맛과 탓 맛을 조절할 수 있어 익숙해지면 나만의 커피 만들기에 좋을 듯싶다.

마시던 믹스커피가 너무 달아서 그냥 커피를 사 마시려다가 생원두를 직접 볶아 먹어보기로 했다.

생원두의 가격은 저렴했다.
500그람에 7천 원 안팎이어서 혹시나 실패해도 크게 부담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생원두 커피를 볶기 위한 도구는 집에 있는 게 전부.

다양한 요리에 쓰고 있는 ‘웍(속 깊은 프라이팬)’과
역시 요리에 쓰는 ‘나무주걱’
그리고 머그컵 크기의 ‘차 거름망’

처음 볶은 커피는 실패했다.
약불로만 볶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얼추 성공했다.
아래는 두번째 볶을 때의 내용이다.

… 남아프리카 쪽 사람들이 생원두를 볶아 커피를 만들어 그 자리에서 마시는 영상들을 여러 개 봤는데
그냥 가스불에 웍을 올려놓고 그 안에서 나무주걱만 써도 충분히 똑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생원두는 6천 원 정도였는데 에티오피아 생원두만 천 원 정도 더 비싸서 7천 원 정도였다.

다른 원두의 맛과 향 설명을 읽어보면 초콜릿향이나 호두인가 아몬드인가 하는 것들이 포함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어서 패스하다 보니
결국 무슨 꽃 향이 가능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프리미엄 g2’라는 원두로 오게 되었다.

생원두 봉투를 열자 뭔가 비릿하면서 썩 좋지 않은 신 향이 냄새 그대로의 맛으로 변해 코로 훅! 하고 들어왔는데
어찌나 강한지 입에서까지 그 맛이 느껴졌다.

방 장판 구석에 물이 차 있는 줄 모르고 들췄다가 올라오는 그런 습한 냄새도 아주 살짝 느껴졌는데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신 맛이 강하구나!

대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남아프리카 영상은 나름 센 불에서 처음부터 볶았는데
도시화(?)된 곳의 영상에서는 중불로 오래 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처음이니까 약불에 웍을 올려놓고 시험 삼아 한 컵만 볶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중불로 하면 원두 속이 미처 익기도 전에 겉이 탈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다가 이도 저도 아닌 커피가 완성되었던게 첫번째 시도였다.
영상을 다시 볼 때에서야 꽤 센 불로 볶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볶을 때에는 중불로 시작했다.

약불로만 볶게 되면 중간에 탁! 탁! 거리면서 안의 가스가 분출하고 갈라지는 그런 과정이 거의 안 일어난다.
즉, 어느 정도 불이 있는 중불에서 익혀야 한다.

 

5분이 넘고 7분이 지나고…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약불로만 볶았을 때에는 이 정도 색에서 그만두었다.

중간에 탁! 탁! 터지는 소리는 서너 번 들은 게 전부였고(약불이어서)
너무 태우면 탄 맛만 강해질 것 같아 위 사진과 비슷한 색이 되었을 때 그만두었는데 시간이 대충 15분(정확하지 않음) 정도 지났을 때였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그때 볶았던 커피는 신맛이 너무 강하고 비릿한 맛이 미처 사라지지 않은 듯한 맛이어서 결국 한 잔을 겨우 마셨다가 아깝게 버려야 했다. 마시는 순간, 아, 덜 볶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볶을 때에는 중불로 볶기 시작했고 10분이 안 되어 탁! 탁! 소리가 나기 시작하다가 본격적으로 탁탁탁탁 터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더 볶았다.

 

사진으로만 보면 스타벅스처럼 태운 것 같은데 실제로는 스타벅스의 태운 맛이 10 이라고 했을 때 내가 볶은 건 7~8 정도 되는 것 같다. 탄 맛도 어느 정도 나지만 신 맛도 적당히 살아있었는데 스타벅스 커피에서는 도통 느낄 수 없는 신 맛이었다. 게다가 이 신 맛이 은근히 괜찮은 신 맛이었다.

다 볶은 후에도 여전히 색이 너무 안 변한 커피가 있었는데 그중에 심한 것들은 손으로 골라내었다. 일종의 불량 원두여서 이런 게 섞이면 괜히 맛만 이상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귀찮아서 심한 것만 골라냈다.

위와 같이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부터 원두에 달라붙어 있던 속껍질들이 바삭해져서 공중에 날리기 시작한다. 웍을 흔들 때마다 계속 날려서 가스레인지 주변이 살짝 지저분해졌다.

커피샾에 들어가면 나는 기분 좋은 커피 향은 아직 나지 않았다. 커피 향이 나기는 하지만 적게 났다.

 

쿨링 타임이라고 해서 식혀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대체 몇 분을 식혀야 하는 걸까?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최대 5분을 넘기지 말라고 했다.

식히는 방법은 자연바람이나 선풍기 바람이었고, 나는 방 안이기 때문에 선풍기를 1단으로 틀어놓고 적당히 거리를 둔 상태에 위와 같이 납작한 접시에 커피를 올려놓고 3분간 식혀주었다.

커피가 식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커피샾에서 나는 그 기분 좋은 커피 향이 나기 시작했다. 온 집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약간 탄 냄새도 섞였는데 기분좋은 탄 향이었다.

 

한 잔은 바로 마시고 남은 것은 모두 통에 담았는데
재미있는 건 바로 마시는 것보다
하루 지난 후 마시는 커피가 훨씬 더 맛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볶고 난 후 다음날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었고
그렇게 삼 일간 마신 커피까지가 괜찮았다.

다시 말해 볶은 날을 D 라고 하면

D+1, D+2, D+3

이렇게 3일간의 커피가 가장 맛있었다.
또 이 3일간의 커피 향도 가장 좋았다.

D+1에 마신 커피가 향과 맛 모두 최고였다.

 

앞서 말했듯이 딱히 새로 산 도구가 없다.

7년도 더 전에 2만 원 주고 구입한 미니 믹서기가 내가 가진 믹서기의 전부인데
일반 날 말고, 마른안주 같은 것을 가는 날이 따로 있어서 그것으로 교체하고 갈았더니 정말 잘 갈렸다.

이 믹서기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사용해 본 날이었다. (이게 있는줄도 몰랐다.)
일반 날로는 갈리지 않았다.

양은 밥 수저로 세 번 퍼 넣었다.

윙, 윙, 윙… 이런 식으로 짧게 짧게 여러 번 눌러가며 차 거름망으로 걸러질 정도의 굵기까지 갈았다.

머그컵에 차 거름망을 집어넣고
그 안에 믹서기로 간 원두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머그컵의 절반보다 약간 많은 정도, 간 원두커피는 다 잠길 정도)
잔 거품이 가득했다.

머그컵 위를 밥그릇으로 덮어 열이 못 나가게 커피를 뜸들이듯 두었다.

팔 굽혀 펴기 30회씩 세 번
앉았다 일어났다 30회씩 세 번

그러고 나서 거름망을 뺐다.
머그컵의 남은 공간은 우유로 채웠다.

그리고 마셨는데 … 좋다.

옆에 타이머를 놓고 불 세기를 중불로 고정한 후에 일일이 시간을 재며 체크했는데 수십 번 볶으면서 계속 수정하다 보면 갑자기 센 불로 조절해야 할 때도 대충 감이 올 것 같고, 내가 원하는 맛으로도 적당히 조절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집에서 프라이팬에 커피를 볶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라 수십 번 해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 이게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정확한 시간 체크와 노력? 그 정도일 것이다.

운이 좋아서 그런 건지 나는 두 번째부터 얼추 내가 원하는 맛이 나왔고 세번째 볶을 때도 두 번째의 기록을 기준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며 볶았다. 한 번 볶을 때마다 5일은 마셨다.

 

p.s.

마지막으로 처음 볶았을 때는 실패했는데 실패한 후에 다시 커피 볶는 영상들을 봤더니 그제야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는 것도 적어둔다.(이전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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