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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가다 잡부의 하루 / 왜 사회와 문화와 멀어지는가?

건설 일용직 노가다 잡부의 일반적인 하루

노가다에서 방향을 정하지 않고 일반 잡부로써 계속 살아간다면
아래와 같은 하루가 일반적이다.

(1) 새벽4시~4시 반 기상

어쩔 수 없이 노가다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눈을 뜨는 것 부터가 우울하다.

노가다를 가기 위해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노가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울하다.
눈을 뜨는것 자체가 우울해진다.

새벽에 일어나 전날 빨아둔 작업복을 가방에 집어넣고
준비물을 갖춘 채 버스를 타러 간다.

대부분 첫 차, 아니면 두번째 버스다.

지하철은 버스보다 첫차가 늦어서
보통 인력소에서 현장으로 갈 때나 지하철을 타게 된다.

아침은 현장에서 먹으면 되니까 먹지 않는다.

머리는 감지 않고 세수와 양치만 하고 나간다.

겨울이면 밖에 나감과 동시에
차가운 공기가 특유의 우울함과 함께 몸 속까지 깊이 들어온다.
아무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버스정거장으로 걸어갈 뿐이다.

버스 안은 대부분 나와 같은 새벽 일꾼들이다.


(장갑은 코팅된 장갑과 코팅되지 않은 장갑, 이렇게 두 겹으로 끼우는게 좋다.)

 

(2) 새벽 5시 전, 인력소

인력소에 도착하면 새벽 5시 전에 갈 현장이 정해진다.

잡부라면 여기저기 불려가는 인생이라
또 초보도 여럿 있을 수 있으므로
인력소에서 배분해 보내기 때문에
5시가 되어도 정해지지 않았거나 갑자기 변경될 수 있다.

서울이어도 아파트나 큰 공사현장은 버스와 지하철을 두 번 이상 갈아타고
40분 이상 가야 되는 경기도 외곽 쪽으로 갈 때가 많다.

출력지를 받아들고 알려준 주소나 약도를 보고 찾아가야 된다.

 

가끔 미니버스나 개인차를 통해 같이 이동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나중에 일당을 받을 때 따로 차비까지 떼고 받는다.

미니버스는 거리에 따라 2~3천원씩 내야 하고,
이런건 갈 때만 타고 올 때는 각자 알아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인력소로 와서 돈을 받아가야 한다.

개인차를 이용하는 경우는
올 때도 같이 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차비가 3천원씩 두 번, 따라서 6천원이나 떼고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3) 현장 도착

현장에 도착하면 일단 아침부터 먹는다.
보통은 컨테이너로 되어 있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대기한다.

처음 온 곳이라면 한두시간 교육을 받고 시작한다.

그렇지 않은 곳은 일이 시작되면 지정된 곳으로 간다.

 

자재정리 중에 폼 나르고 아시바 종일 나르고…

게다가 한국인 차장이 옆에 붙어서 계속 이것저것 시키게 되면
일이 너무 힘들고 고되질 때가 많다.

중간에 몇 분씩 쉬고 음료도 마시고 하는 것은
어떤 현장에 어떤 일로 빠졌는지,  직영인지 하청인지에 따라 또 다르다.

현장에 따라 점심을 먹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씩 차이나기도 한다.

어지간해서는 1시간 30분 정도가 점심시간인데
1시간만 주는 곳도 있고 그런 곳은 반드시 분위기가 나쁘고 일도 힘들어 욕이 나올 때가 많다.

2시간을 주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4) 일은 보통 4시 전후에 끝남

4시 20분까지 꽉 채우는 곳도 있는데
옷 갈아입고 뭐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보통 4시 정도면 슬슬 퇴근할 준비를 한다.
어떤 일에 배정되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어떤 곳은 4시 20분까지 일하고나서야 그만 가서 옷 갈아입고 사무실 가서 사인 받아가라는 곳도 있다.
어떠 곳은 4시면 슬슬 옷 갈아입으러 가기도 한다.

따라서 4시 30분에서 5시 사이가 되면
옷도 다 갈아입고 출력지에 사인도 받은 채 인력소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5) 인력소에서 집까지

집에 오면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다.

일단 세탁기부터 돌리면서 샤워를 한다.

저녁은 간단하게 먹어도 되지만
피곤이 쌓이면 가볍게 먹거나 마실 것만 먹기도 한다.

다음날 새벽4시 10분이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저녁 9시에는 잠들어야 몸이 편하다.
하루이틀 연속으로 나가는건 어느정도 참을만한데
힘든 곳에 걸렸고 3일을 연속으로 같은 장소에 가게 되면
뻗어버린다.

집에 도착 후 세탁과 샤워, 간단한 정리만 했어도
벌써 저녁 8시가 되어 버린다.

이제 남은 한시간에서 두시간만이
내 하루 중에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과 다름없다.

그러나 몸만 지친게 아니라 정신도 지쳤다.
정신이 지치면 뭔가 해 보려고 한다거나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내일 일찍, 그리고 몸의 피로를 푼 채로 일어나기 위해 드러누워 눈을 감으면
또다시 우울함이 밀려온다.

 

(6) 그날그날 다른 현장

매번 다르다.

인력거 잡부의 인생이다.

어떤 날은 쉽고 어떤 날은 힘들다.

어떤 날은 너무 더러워 이게 뭔가 싶지만
같이 간 나이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하는 모습에 그저 같이 하게 될 뿐이다.

어떤 현장은 아직까지도 욕하는 놈들이 있다.

쉬지도 못하게 한다.

노가다가 처음이면 환장할 일이지만
어느정도 녹이 쌓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된다.

어찌되었든 여간해서는 몸만 지치는게 아니라 정신도 지친다.

그래서 하루 중 남는 한시간과 두시간에 공부를 하는건 생각도 못하고
축 쳐진채, 우울함과 함께 영화라도 하나 보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보는 영화나 듣는 음악도 전혀 즐겁지가 않다.

딱히 뭔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목적이 있어도, 가 아니라 목적이 생기지를 않는다.

 

(7) 익숙해지기 시작한다는 증거는?

한두주만 다녀도 뭔가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제 일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진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쓰레기들을 만나도 잘 느끼지를 못하지만
이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노가다는 왠지 혼자 일하는 것 같고,
그래서 오히려 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8) 처음부터 힘들게 하면 몸이 상하므로 하루이틀 쉬어주어야 함

노가다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밀리고 밀려 바닥에 오게 된 경우다.

처음부터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가정환경이나 다른 조건들이 좋은데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노가다라는 직군은 예나 지금이나 바닥 직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출퇴근 자신의 복장만 봐도 주변사람들과 비교된다.
공사장에 가서 만나는 다른 노가다꾼들을 보면
그 중에는 정말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빨리 적응한다는 마음과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 중 하루만 쉬고 꾸준히 나가게 되면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었는데 쉴 틈이 없어 몸이 상하기 쉽다.

나이 든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아파오는데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차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삼일 정도 연속으로 나가고
그리고나서 하루이틀 쉬어주고

이 패턴을 두세번은 해 준 후에 쉬는 날을 하루로  줄이거나…
해 주어야 한다.

인력소에 말해서 꾸준히 나오고 싶은데
처음이라 일의 경중 때문에 조절이 어려워서
매번 며칠에 한 번씩 꼭 쉬어주어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 싶으니 가능하면 일의 경중을 고려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해도 된다.

열심히하면 인력소에서좋게 보고 좋게 대해주는 곳이 많다.
물론 쓰레기같은 인력소도 많다.
열심히 할 수록 남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로 슬쩍슬쩍 계속 보내는 짓을 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자신의 몸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열심히 하는 것은 몸을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해야 한다.

현장에 가면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해도
일하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등돌린다.
별의 별 꼴을 다 겪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도 각박해져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기자신은 자신만이 챙길 수 있다.

또 위험한 일이 꽤 많다.

동바리는 처음에 잘 안 시키는데
가끔 위험한 작업임에도 처음 가는 사람을 보내기도 한다.

중국인들이나 고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은근슬쩍 안전장비 다 챙기고 연결하고 일한다.

그러면서도 초짜인 사람한테는 대충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다친 사람 여럿 봤다.

다치는 순간 다들 등돌린다.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반드시 안전고리를 걸고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보면 중국인들, 오래된 사람들, 장비 다 가져와서 일하는데
숫자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모른 척하고 자연스럽게 그냥 일하게 일을 시킨다.

안전감시단이 와서 비디오로 슬쩍 찍고 뒤에서 웃는다.

그 순간 다들 등돌리고 본인만 경고를 받게 된다.

그러니 해야될 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대로 넘어져 몸은 대충 찔렸지만 무릎이 철골에 제대로 박혀
종일토록 울던 사람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시켜놓고는, 되려 내가 이거 꼭 착용하랬잖아! 하면서 소리지르는 놈도 봤다.

다치면 본인만 손해다.

산재는 알아서 다 챙겨 받아야 한다.

눈치 보지 말자.

 

 

p.s.

인력소에 들리지 않고 바로 현장에 가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고
돈은 계좌로 받는 방법으로 일하게 되면
하루 두 시간 정도는 더 버는 셈이다.

이 시간에 더 잘 수 있고 뭔가 할 수도 있다.

노가다 잡부로 오래 생활하면
어찌되었든 사회와 멀어지게 되고 문화로부터 고립되어 가기 쉽다.

몸은 계속해서 상해간다.

우울해질 때 특히 몸이 나빠진게 더 티가 나서,
우울함이 더 심해질 때가 많다.

노가다 잡부로 다니다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심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사람같이 않은 취급을 받을 때도 있다.

하루하루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기간이 쌓이면 회복하기 어렵다.
돈이 있어도 쓸 줄을 모른다.
써 봤자 뻔한 곳이다.

그럼에도 일할만한 곳도 있고 괜찮은 날도 많다.

그렇기에, 전에 적었던 글에서 강조했듯이,

노가다꾼에게 남는 것은 일당 뿐이므로
오로지 일당과 건강, 이렇게 두 가지를 꼭 챙겨가며 살아야 한다.

 

만약 노가다에서 길을 찾고 싶다면

하루빨리 전기이든 배관이든 무엇이든지간에 그곳으로 가는게 최선이다.

일반 잡부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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