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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 좋아하는 인생 찾아가기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 김병선(코미꼬)

유튜브에서 알게 된 개그맨 김병선. 코미꼬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요즘 개그맨인가 싶었다. 누군지 못 알아봤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개그맨으로 활약하던 당시에 티비에는 오래 나오지 못했던 모양이고 그래서 몰랐던 것이었다.

편집 덕분인 것도 있겠지만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유머를 구사해 가는 것도 재미있고 별 것 아닌 대화도, 뭔가 웃음으로 이끌어주는 것도 좋아서 유튜브 구독을 했다.

꾸준히 올라오는(꾸준해서 좋다!) 영상을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보고 있는데 책을 냈다는 소리를… 어느 에피소드에서인가 들었던 것 같다. 갑자기 생각나서 김병선이었나, 코미꼬였나… 로 검색했더니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라는 책이 이미 나와 있었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안전하다고 하는 길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이것저것 계속해서 도전해보는 삶.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다고 해도 이런저런 것들을 해 보는 것. 그러다 어떤 것, 혹은 어떤 곳에서 기회를 발견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 혹은 잘하는 것을 발견해서 그것에 매진하기 시작하는 것… 어쩌면 못 찾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게 살다보면 몇 년 후 남는 것은 정해진 길에서 월급도 받고 결혼도 준비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비교되는 초라한 자기자신뿐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자신의 인생만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그에게 기대하거나, 그가 잘 되기를 원하는 가족에게도 미안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책에 이런 감정이 나와있었다.

 

‘끝까지 인생을 멋으로만 살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왜 월급이 일정한 직업을 선택하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걸 자랑으로 여기며 살았는데 어느새 남들의 돈 자랑이 부러웠다. 힘들어 죽겠다는 직장인 친구의 한탄마저 부러웠다. 그들이 돈을 저금하는 동안 나는 경험을 모았는데 이자로 겁이 붙었다. 불안정한 현실이 무서웠다.

내가 도전이나 외치며 페루와 스페인을 오가는 동안 아빠는 짐을 나르며 서울과 부산을 오갔다. 아빠는 몇 푼 더 벌려고 짐을 무리하게 실었다가 차가 고속도로에서 전복되었는데도 내가 걱정할까 봐 연락하지 않았는데, 나는 돈이 부족할 때만 연락했다. 바로 옆 사람이 눈물 흘리는 건 신경도 안 쓰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웃기려 애쓰는 아들을 둔 아빠가 불쌍했다.

내가 세월을 낭비하는 동안 세월은 아빠에게 주름과 틀니를 선물했다. 임플란트는 해주지 못할 망정 적어도 짐은 되지 말아야 했다.’

 

어느정도 정해져 있거나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길과는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도전해 보고 시도해 보게 된다면… 그렇게 하다보면 3년에서 5년은 금방 흘러가버린다. 몇 년 안에 결과라고 할 만한게 나오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데 젊은 시절,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넘어 인생 전체가 패배자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도전해 보지 못한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다.

그런 면에서 코미꼬의 삶은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스탠딩 개그에 쓰일 재료를 모으는 과정도 볼만했다.

 

‘나야 뭐, 일단 떠들어보고 관객이 웃는 부분이 내 대본이 되었기에 매일 바 무대에 올라갔다.
웃긴 것들은 기록하고 아닌 것들은 버렸다. 이 작업을 반복하며 대본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이것이다.

“나 중국인 아니야. 일을 안 하거든. 그러니 스페인 사람이지.”

 

여기에 대해 조금 더 적어보자면…

‘이 대본의 시초는 웃길 의도조차 없는 자기소개였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이야. 여기서 일도 안 하고 그냥 놀고 있어.”

 

자기소개만 했는데도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단다.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올라간 무대라 할 게 없어서 한 멘트였는데 말이다. 무대에서 내려와 어리둥절해하는데 현지 코미디언이 와서 설명하기를, 일 중독자인 중국인이 일을 안 한다는 게 웃기다는 거다. 그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왔고 그 부분을 수정해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는…

“나보고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나 중국인 아냐! 일을 안하거든.”’

라는 멘트를 만들었다.

…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 내용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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